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15분 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직권남용 혐의 세번째 공판을 열었다. 공판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오전 9시55분쯤 법원 지상으로 걸어서 출석했으나, 포토라인에 멈춰서지 않고 법정으로 직행했다.
짙은 남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서관 2층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사과할 생각 있는지', '군부정권 이후 계엄 선포한 헌정사상 첫 대통령인데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자라 생각하는지', '대선과 관련해 국민에게 할말이 있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재판부는 앞서 두차례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 요청에 따라 법원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출석하도록 했지만, 이날 제3차 공판엔 지상을 통해 출석하도록 결정해 일반에 첫 공개됐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 인근과 경내로 몰려들어 "대통령 윤석열"을 연호했다.
이날 공판엔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준장), 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한 오상배 전 수도방위사령관 부관(대위)도 출석했다. 오 대위는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과 같은 차량에 탑승해 수행하던 중 윤 전 대통령이 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누차 전화해 통화한 내용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오 대위는 첫번째 통화에서 이 전 사령관이 '다 막혀 있는데 총을 들고 담 넘어서 (국회로) 들어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두번째 통화에선 이 전 사령관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들어가고 있다'고 하자 '본회의장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는 지시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이 세번째 통화에서도 '사람이 많아 접근이 어렵다'는 취지로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은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취지로 말했으며, 대답하지 않는 이 전 사령관에게 강요하듯 '어, 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 후 네번째 통화도 있었다.
오 대위는 당시 대통령의 발언을 "'지금 의결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190명이 나왔는지는 확인도 안 되는 거니까 계속해라'는 취지였다"며 "'내가 (계엄)선포하기 전에 병력을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를 해서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고 증언을 이어갔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두번, 세번 계엄 하면 되니까' 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정치인) 체포의 '체'자도 얘기한 적 없다"고 한 인터뷰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군검찰의 두번째 조사에서 통화 내용을 진술했다고 밝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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