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CAR-T 치료제가 10명 중 4명을 살릴 수 있다면 큐로셀 치료제는 10명 중 6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12일 대전 큐로셀 본사에서 만난 김건수(사진) 대표는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T) 치료제 '림카토'(성분명 안발셀)의 효능에 대해 자신감을 표시했다.
통상 CAR-T 치료제는 '기적의 치료제'라 불린다. 기존의 항암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게서 높은 치료 효과를 보여주며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CAR-T 세포 치료란 환자 체내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뽑아 암 세포에 특이적인 키메릭항원수용체(CAR)를 발현시켜 환자맞춤형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큐로셀은 2016년 LG화학 출신 김 대표가 설립한 CAR-T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김 대표는 10여년간 회사를 이끌어오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처음 임상을 시작하던 때를 꼽았다.
그는 "해외에서는 쓰이고 있으나 국내에는 없는 CAR-T 치료제 재료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CAR-T 치료제 개발 하기엔 너무 척박한 상황이었다"면서도 "해외 환자들은 CAR-T 치료제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환자들은 그러지 못해 사망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로부터 많은 요청도 받았다. 이러한 사회적인 수요에 의해 추진력을 얻고 치료제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CAR-T 치료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대표적인 예다. 다만 비용이 비싸고 환자 처방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점이 한계다.
이에 반해 큐로셀의 림카토는 국내에서 개발되며, 이에 따라 기존 CAR-T 치료제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다. 또한 킴리아와 비교해 완전관해율(종양이 완전히 없어지는 비율)이 높다.
김 대표는 "CAR-T 치료제는 병원에서 처방이 나오면 그때부터 생산을 하게 되는데, 생산 후 환자에게 처방이 되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된다"며 "하지만 킴리아의 경우 미국에서 만들어지므로 생산 후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평균 40일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킴리아의 공식적인 가격은 3억이 훌쩍 넘는데, 림카토의 경우 약가 협상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며 "킴리아의 완전관해율은 40%이지만 림카토는 60~7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큐로셀의 자신감은 자체 개발한 오비스(OVIS) 플랫폼에서 나온다. 이 플랫폼을 적용함으로써 암 치료를 방해하는 면역관문수용체 'PD-1'과 함께 일부 T세포, 자연살해세포에 있는 면역수용체인 'TIGIT' 등의 물질이 면역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한다.
큐로셀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허가 이후 약가 협상 등이 남아있지만, 큐로셀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2호로 선정된 만큼 빠른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식품의약국안전처 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순의 의약품 급여 절차를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약가 협상을 완료할 수 있다. 즉 식약처 허가 120일, 심평원 급여평가 150일, 건보공단 약가협상 60일 등 총 300일 이상 소요되던 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림카토의 상용화가 향후 또다른 CAR-T 치료제 개발 기업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이전까지 국내에서 CAR-T 치료제 임상을 해본 임상시험수탁기관(CR0)이 없어 내부에서는 외국계 CR0를 쓰자는 말이 나왔었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국내 CRO를 선정했다"며 "외국계 CR0 회사를 쓸 경우 경험은 많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데, 큐로셀이 좋은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른 기업들도 비용 절감을 할 수가 있다. 환자들에게는 또다른 선택지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큐로셀은 혈액암에 이어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응증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전신 홍반성 루푸스 환자에게 림카토를 투여한 바 있다. 이 병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신체의 정상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부와 관절, 신장, 폐 등 전신 장기에 다양한 염증과 손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큐로셀에 따르면 이러한 증상을 가진 환자가 림카토 투여 이후 급성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한편 큐로셀 본사 1층에는 'Fight against hopelessness'라는 큐로셀의 슬로건이 적혀있다. 맞은편에는 상업용 임상 또는 치료 목적 사용 승인 등을 통해 림카토를 투여받은 환자의 수가 적혀있다. 김 대표는 "림카토로 치료받은 환자가 늘어날 때마다 숫자가 올라간다"며 "림카토의 빠른 승인은 물론 앞으로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는 CAR-T 치료제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큐로셀 본사 1층에는 림카토로 치료받은 환자의 수가 적혀있다. 사진 이미선 기자.
김건수 큐로셀 대표가 본사 1층에 적힌 슬로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