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류공시 381건… 한국펀드파트너스 계산 오류 탓
하나자산운용만 사무관리회사 변경… 87곳은 조치 없어
하나자산운용만 사무관리회사 변경… 87곳은 조치 없어
올해 상장지수펀드(ETF)의 실시간 순자산가치(iNAV) 오류가 급증했다. iNAV는 통해 현재 ETF 가격과 실제 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투자 판단을 가를 수 있는 지표의 오류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해당 오류를 유발한 사무관리회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ETF 지수 산출 관련 오류 공시 건수(해소공시 포함)는 38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82건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오류 건수가 급증한 것은 지난 3월 28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에서 발생한 PDF 종목 오류 영향이다. 당시 하루에만 337건의 공시가 발생했다.
사무관리사가 배당금을 중복 계산하면서 실시간 iNAV도 잘못 산출됐다. 당시 운용사가 해당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는 잘못된 iNAV만 보고 투자에 나섰고, 반면 유동성공급자(LP)는 수정된 iNAV를 반영해 주문을 내면서 괴리율이 벌어졌다.
괴리율은 현재 ETF 가격과 실제 추정 가치인 iNAV와의 차이다. LP가 오류 발생으로 iNAV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파악하며 호가를 낮추면서 괴리율이 벌어졌고, 투자자들은 실제 가치보다 ETF 가격이 낮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투자에 나섰다.
당일 기준 960개 ETF 중 18%인 170개 ETF에서 같은 오류가 발생했지만, 이후 운용사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자산운용만 오류가 발생한 1Q K200 액티브의 사무관리회사를 한국펀드파트너스에서 하나펀드서비스로 변경했다.
이외 KB자산운용(34개), NH아문디자산운용(23개), 한화자산운용(18개), 키움자산운용(12개) 등의 자산운용사는 사무관리회사를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
해당 운용사 중 한 관계자는 "사무관리사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고, 시스템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한 번 더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번의 사고 만으로 사무관리회사를 교체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펀드 사무관리회사는 총 9개다. 한국펀드파트너스는 4558개 공모펀드 중 1062개 펀드의 사무를 위탁 받아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위탁 받은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13조원에 달한다.
당시 71개 상품에서 오류가 발생해 건수가 가장 많았던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사무관리회사를 유지했다.
사고 발생 이후 상장한 ETF 역시 한국펀드파트너스가 사무관리를 맡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사무수탁사 등 ETF 유관기관들과의 소통을 통해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내부적으로도 오류 발생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투자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가 ETF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향후 해당 운용사의 새로운 상품 심사 시 이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고, 충분한 선택지도 있는 상황에서 운용사들이 '대형 사고'를 친 사무관리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무관리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운용사에까지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대부분 운용사가 자신들이 아닌 사무관리회사로 책임을 미뤄 놓고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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