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고 다시 한번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띄우기에 나섰다. 중도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아직 함께하지 않고 있어 실제 포용력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 조치에 선을 긋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 후보는 1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 출당 조치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탈당해라, 하지 마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을 하냐, 안 하느냐는 본인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에게) 잘못한 점이 있다고 판단해서 탈당하라고 한다면 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는 책임을 면책할 수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라는 요구를 사실상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특히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금명 간에 조치를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러 가지 당내 컨센서스(공동체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상태)를 도출해서 국민 상식에 맞는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후보는 전날 채널A 인터뷰에서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김 후보가 과거에 비해 계엄과 관련한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김 후보 측은 '계엄에 대한 직접적 사과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날 '반이재명 빅텐트' 대상으로 자유통일당을 고려하냐는 취지의 물음에도 일정 부분 거리를 뒀다. 그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임명장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 "(빅텐트 대상으로) 자유통일당을 염두에 둔다기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우리 당에 있다가 밖으로 나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반명을 생각하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예를 들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저와 감옥에 같이 있던 분들이 있는데 노조 운동을 격렬하게 한 이들 중에는 이재명 대선 후보보다는 제가 낫다(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빅텐트를 위해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의 많은 분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도덕적인 부분을 보고 빅텐트를 많이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의 미묘한 입장은 중도층 표심 공략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도층 표심이 중요한 만큼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는 한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요구한 것을 두고는 "만나서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거기에 맞춰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울산 뉴코아아울렛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