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도 드라이브”…美·中 주도 휴머노이드 판 흔드는 K-로봇

입력: 2025-05-13 19:30 장우진 기자

폰트

기자 구독

두산그룹이 휴머노이드로 대표되는 '피지컬 AI' 전담 부서를 꾸리면서 계열사에 AI 로봇 기술 접목을 추진한다. 앞서 삼성·현대차·LG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도 로봇을 미래 신사업으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미국·중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빈틈을 파고들지 관심이 쏠린다.

두산은 그룹의 피지컬 AI 혁신을 담당하는 조직인 'PAI(피지컬 AI) 랩'을 지주부문에 신설한다고 13일 밝혔다.

PAI 랩은 로봇, 건설기계, 발전기기 등의 사업군과 관련한 하드웨어의 지능화를 주도하게 된다. 피지컬 AI 혁신을 위한 장기 로드맵 수립·로드맵 실현을 위한 선행 기술개발, 관련 기업들과 폭넓은 협업·투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 등의 계열사도 피지컬 AI 기술을 접목한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5일엔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Human-Centered AI 연구소(HAI)와 산학 협력 파트너십을 맺었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이날 직접 협약식에 참석해 제임스 랜데이 HAI 공동연구소장과 의견을 나눴다.

피지컬 AI는 인간 수준의 의사결정 능력을 지닌AI가 실제 기계나 로봇과 같은 실물 하드웨어에 적용돼 다양한 작업환경 속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행동까지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로봇팔에 AI 기술이 적용돼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는 기술로 '생성형AI'의 다음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피지컬 AI는 스탠포드대와 구글 딥마인드의 작년 1월 '알로하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화두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두산과 스탠포드대의 파트너십에 의미가 부여된다.

전날엔 LG이노텍이 현대차그룹 계열이자 글로벌 선도 로봇 기업인 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봇용 부품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고,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LG이노텍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차세대 모델에 장착될 '비전 센싱 모듈'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비전 센싱 모듈'에서 인식된 시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각각 개발한다.

LG전자는 로보티즈, 엔젤로비틱스, 로보스타, 아크릴 등 국내 로봇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으며 작년엔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800억원)을 투자했다. 로보티즈의 경우 알로하 프로젝트에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 '다이내믹 셀'을 공급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LG전자는 우선 가전 영역에서 로봇 기술 접목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초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1조원에 인수한 이후 스마트 제조 시설에 로봇개 '스팟' 등을 투입하며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회장을 중심으로 로봇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로봇 사업에 관심을 두는 배경은 가파른 시장 확장과 함께 제조 혁신을 통한 부가적인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켓앤드마켓이 전망한 서비스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471억달러(약 69조원)에서 2029년에는 986억5000만달러(145조2000억원)로, 연평균 15.9%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비스로봇에는 의료·배송로봇뿐 아니라 무인운반차량(AGV), 휴머노이드, 건설로봇 등 환경·공장·병원·공공 등 전문응용분야도 포함된다.

현재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미국의 테슬라, 피규어AI, 어질리티와 중국 유니트리, 애지봇, 러쥐, 유비테크 등이 대표 기업들로 꼽힌다. 미국은 기술, 중국은 가격 경쟁력이 각각 부각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빈틈을 파고들어 새로운 강자로 올라설지가 관심거리다.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의 단장은 지난 2월 'K-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으로 대량 생산하고, 자국 기업간 기술을 공유해 상향 평준화가 됐다. 현재 미국이 정교, 중국은 저가로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며 "우리(한국 기업)들도 2~3년 안에 글로벌서 당당히 설 것"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