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소설로 읽는 서울, 익숙하지만 낯선 도시의 초상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4021023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소설로 읽는 서울, 익숙하지만 낯선 도시의 초상화")
서울의 현대소설
송민호 지음 / 서울역사편찬원 펴냄
서울을 배경으로 쓴 다양한 현대소설을 통해 서울의 역사·문화·사회상을 조명한 책이다. 서울의 기억과 정서를 담은 소설들을 엮어 사람들의 삶과 도심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소환한다. 문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의 숨결과 표정을 더욱 깊이있게 들여다 본다.
조중환의 '장한몽'과 한용운의 '박명'에서는 서울역을 배경으로 근대 서울인의 삶을 보여준다. '장한몽'의 수일이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홀로 서울역을 빠져나오는 장면, '박명'의 순영이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떠나던 순간은 근대 서울의 정류장이자, 운명과 삶의 갈래가 교차하는 장소로 서울역을 각인시킨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통해선 서울 시내를 오갔던 인력거와 무료하게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담긴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노자영, 하근찬, 유진오 등의 필치를 통해선 전차를 바라보는 눈빛, 택시 창밖으로 흐르는 거리의 풍경, 버스에 실려 이동하는 도시의 흐름이 오롯이 전달된다.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보여주는 전후의 서울 밤거리는 자유가 아닌 혼란이었고, 이범선의 '오발탄'과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은 폐허 속에서도 삶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 군상의 고독을 보여준다.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 박태순의 '서울의 방'은 재건의 도시 서울이지만 넘치는 인파와 비좁은 방들이 그 화려함 속의 또 다른 고단함을 드러낸다.
책은 단순한 소설 선집이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겪어온 100년의 감정과 시간, 그 복잡다단한 결을 문학이라는 언어로 새겨넣았다. 다시 말해 도시와 인간, 역사와 문학이 만나는 소중한 기록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서울의 얼굴이 문학 속에서 새롭게 살아났다. 책은 문학을 통해 서울이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뜻깊은 여정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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