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누적 1664건 역대 최고치 기록
미국 TBT 146건...자동차 안전 등 기술규제 강화
미국 TBT 146건...자동차 안전 등 기술규제 강화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WTO 회원국이 통보한 해외 기술규제는 1664건으로, 1년 전(1456건)보다 14.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5대 중점국 가운데 미국의 무역기술장벽(TBT) 통보 건수가 14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이어 중국의 TBT 통보 건도 같은 기간 26.6% 늘어난 100건이었다. 유럽연합(EU)의 TBT 통보 건은 35건으로 1년 전 보다 94.4% 증가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각국의 자국우선 보호무역이 심화되면서 단순한 관세 부과를 넘어 기술적 규제를 활용한 무역장벽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다른 나라도 유사한 기술 장벽을 강화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TBT는 수출기업의 비용과 시간을 증가시켜 수출 채산성 악화와 수출중단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큰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WTO 회원국의 해외 기술규제 통보가 급증하자, 정부는 적극 대응에 나서 올해 4월까지 총 54건의 TBT 애로를 발굴하고 WTO TBT 위원회 등에서 양자·다자 협의로 24건의 애로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지난달 26일부터 TV 제품에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 기능을 의무적으로 내장하고, 이에 따른 인도 DTV 수신기 규격을 준수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WTO TBT 위원회에서 인도 내에 시험인증기관이 공식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시행 유예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기술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을 두고, 이를 전략적으로 분석해 향후 관세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실리를 확보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술 표준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 철폐하라는 해외의 요구가 많은 상황"이라며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받았을 때 우리 산업이나 특정 영역에 큰 무리가 없다면, 이를 지렛대로 삼아 관세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적으로 비관세 장벽의 철폐를 요구할 수도 있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일부를 철폐하면서 관세를 조율하는 협상 국면을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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