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실 금융기관인 MG손해보험을 곧바로 청산하는 대신 가교 보험사를 설립해 순차 정리하기로 한 것은 보험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기 위한 것이다. 법인을 즉시 청산하는 것은 보험 계약자에 대한 '극약 처방'이다. 보험 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상 보장된 5000만원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험 가입액이 이 보다 크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보험자 계약은 가교보험사를 통해 5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에 그대로 이전된다.
기존 MG손보 계약자들의 지위도 변함없이 유지된다. 보험 계약 유지·관리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설립한 가교보험사에서 이뤄진다. 계약이전 준비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보험 계약을 가교보험사로 이전해 관리하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보장 비율을 일부 낮추는) 감액 이전 등 방안도 검토했지만 법률적으로나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쉽지 않았다"며 "계약자는 일체의 조건 변경이나 보험료 조정 없이 100% 안전하기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MG손보가 보유한 보험 계약은 지난 3월 말 기준 약 151만건에 달한다. 이 중 90%가량이 질병 및 상해보험 등 조건이 복잡한 장기보험 상품으로 구성됐다. 보험 계약자는 개인 약 121만명, 법인 약 1만개사다. 5개 대형사로 계약이전해 담당 보험사가 바뀔 경우에도 기존에 보유한 보장 내용과 만기 등 조건 변경 없이 유지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에 5개 대형손보사 등이 참여하는 '공동경영협의회'를 열고 가교보험사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제반 사항을 논의한다. MG손보 자산과 부채에 대한 실사를 통해 구체적인 계약 배분 방식을 정할 예정이다. 해당 논의를 거쳐 올 2~3분기 중 가교보험사로의 1차 계약이전을 추진한다. 보험사 간 합의를 통해 최종 계약이전은 내년 4분기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금보험공사의 자금 지원 기준과 전산시스템 준비 등을 고려하면 최종 계약이전까지 1년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사무처장은 "예금보험공사가 운영하는 가교보험사를 포함해 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국고 등 공적자금이 아닌 보험사들이 계약자 보호를 위해 적립한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걸림돌도 있다. MG손보 노조가 가교보험사 설립 등 방식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전날(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보험사에 신계약 체결 영업을 정지시키는 것은 보험사에 사형선고와 동시에 사형집행을 하는 것"이라며 "가교보험사를 설립한다면 총파업을 통해 금융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교보험사 설립과 손보사로 계약이전하려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가교보험사가 MG손보에서 이전받은 계약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필수 인력 중심으로 MG손보 임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MG손보 임직원은 총 521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직원 중 10%가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교보험사의 경우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비용을 줄이고자 운영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권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노조도 121만명 고객의 보험과 사회안전망 기능을 중단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사고가 나거나 암에 걸린 분이 보험금 지급을 못 받는 일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노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