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산업부 유통팀장
![[현장칼럼] 대선 코앞인데 `안갯속` 소상공인 공약](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502102369102001[1].jpg "[현장칼럼] 대선 코앞인데 `안갯속` 소상공인 공약")
애매한 처방전은 병을 더 키우기 마련이다.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10대 공약 수준'은 내리막길을 걸어온 경제를 오랫동안 참아 온 소상공인들의 '골병'을 치유하기에는 많이 애매하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하면서도 가게 셔터를 내리지 않고 견뎌 온 가게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좀 더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소상공인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들어올 돈은 확 줄었는데 식재료, 배달 수수료 등 변동비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 놓여있다
소비 침체의 직접적 원인인 물가의 경우 정치적 공백기 탓인지는 몰라도 올라도 너무 올랐다. 소비자 물가를 잡는 것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번 올라가면 내리지 않는 '하방경직성' 때문에 실기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게 바로 소비자 물가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전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가공식품·외식물가는 3.0% 각각 올랐다.
손님이 급감한 상황에서 배달앱의 정액제 광고 상품 폐지, 식자재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변동비가 증가한 여파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소상공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고정비이면서도 점차 변동비적 성격이 커지고 있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소상공인들의 허리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요즘 소규모 식당에 가 보면, 아르바이트를 쓰는 대신 가족들을 가게로 나오게 하거나, 서빙 로봇을 쓰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경감책 도출이 더디면 더딜수록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고 우리경제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답답한 것은 지난 12일 공개된 대선 후보들의 10대 공약 중 그 어느 것도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줄 적확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상위 3위(한길리서치 13일 발표 기준, 5월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13명 조사)에 든 후보자들 대선 후보 10대 공약을 보면, 1위 이재명(49.5%)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3호 공약으로 "가계와 소상공인의 활력 제고를 증진하고, 공정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실체를 가진 정책이 되려면 더 구체화돼야 한다. 이 후보는 가계와 소상공인의 활력 제고, 공정한 경제구조 실현을 목표로 삼았다. 이행 방법은 소비촉진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활기 도모,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 지역별 대표상권·소규모 골목상권 육성을 통한 상권르네상스 2.0 추진 등이다.
2위 김문수(38.2%) 국민의힘 후보는 7호 공약으로 '소상공인, 민생이 살아나는 서민경제'를 걸었다. 지속가능한 소상공인 경제 생태계 실현, 생활필수품 가격안정화 등 민생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을 설치한다고 하나, 이는 새로운 것도 아니거니와 파격적·획기적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는 부족하다. 소비 촉진을 위한 공약도 있지만 추상적이다. 5호 '중산층 자산증식, 기회의 나라' 공약을 내세우면서 '중산층 비율을 늘리고, 소득과 자산을 증가시켜 생활 수준 향상'을 목표로 했다. '생활물가 부담 완화'가 이행 방법인데, K-원패스로 교통비 부담 완화, 영·유아용품 및 식료품, 아동의류 면세, 배추·무 등 8대 노지작물과 사과·배 등 5대 과수 품종 수급 안정, 농·축산물 유통구조 혁신·직거래 활성화 등이다.
그나마 구체화되고 새로워보이는 것은 개혁신당 이준석(5.7%) 후보의 공약이다. 그는 소상공인이 호소하는 인건비에 집중, 4호 공약으로 '최저임금 최종 결정 권한 지자체에 위임'을 내세웠다. 지역 간 생활비·인건비 격차를 고려한 최저임금제도 개편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지방에 이양한다는 것이다. 지역 실정 반영한 최저임금제도 운영 등인데 중앙정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가 기본 최저임금을 결정한 후, 각 지방자치단체가 기본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30% 범위 내에서 가감 결정할 수 있는 권한 부여하겠다고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별 주거비, 생활비, 기업의 인건비 부담 수준 등 지역별 경제적 특성을 반영해 광역지방의회가 자율적으로 최저임금 결정하게 하는 것을 구상했다. 그러나 복합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입체적이지 못하다.
소상공인들이 오래된 시름을 한 방에 해결할 '만병통치약'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경제 토대를 마련해 달라는 바람이다. 팔아서 남는 게 있는 유통 구조, 그래서 손님을 마음 놓고 받을 수 있고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구조, 수많은 동네 사장님들이 신바람 나게 가게 셔터를 올릴 수 있는 구조가 고프다.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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