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제조업 취업자, 12만4000명↓…2019년 2월(-15만1000명) 이후 최대 감소
내수 침체 장기화, 대외 불확실성 등 복합적 영향
"제조업 혁신 필요, AI 등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우리의 주력산업인 제조업 부진으로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다 지난 달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최근 제조업의 고용 악화는 장기화된 내수 침체에 미국발 관세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복합적 영향이란 분석이다.
특히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으로 인해 경합이 거세지고 있는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전통 제조업들은 고용은 커녕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판이다. 현대제철을 비롯해 롯데웰푸드, LG디스플레이, SK온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반대로 삼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신입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해 최소한의 필요한 인재만 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제강업체 관계자는 "실적 부진과 함께 글로벌 불확실성이 주된 이유로 현재 진행하는 수시채용 건도 모두 계약직"이라며 " 올해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무리한 채용보다는 국내·외 상황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상호관세를 비롯한 각종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으며,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고임금, 노동 경직성, 각종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제조업 일자리는 갈수록 더 줄어드는 추세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대비 12만4000명 줄어 2019년 2월(-15만1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는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수 침체와 미국 관세 부과 등 대외 불확실성, 작년에 높은 증가세에 따른 기저효과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은 "내수 회복 지연과 대외 불확실성의 이중고 속에서 제조업 고용 부진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에 치중돼 있는 제조업의 특성상 고용 유발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제조업 생산지수(10000)를 산출할 때 반도체 제조업의 가중치는 1321.7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지만 고용 효과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 유발 계수는 2.1로 전체 제조업(6.2)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고용 효과가 코로나19 이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지수(2020년=100·원지수)는 1월과 2월 각각 93.2, 98.0을 기록하며 100을 밑돌았다. 이는 기준 연도인 2020년보다 업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취업자 비중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5%로 지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산업화 시대 20%를 웃돌던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000년대 중반 이후 16∼17%대를 유지하다 코로나19 이후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후, 2023년 처음 15.7%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도 15.6%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1월 15.8%를 기록한데 이어 2월 15.6%, 3월 15.4%, 4월 15.2%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하는 2분기부터 생산과 수출에 파급효과가 더해져 제조업 고용 악화와 산업별 제조업의 비중 하락세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주력산업이 선박과 석유제품, 승용차, 반도체 등에 편중돼 있는 만큼 산업 혁신을 통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I 등 첨단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국가 인프라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번성할 수 있도록 R&D에 과감한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며 "제조업 의존도를 줄이면서 획일적, 경직적 노동 규제 철폐, 노동 유연성 확대 등 노동 개혁에도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산업 혁신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면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