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개발사인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주가 부양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1분기 위고비 처방 건수가 경쟁사인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에 추월당한 가운데 주가마저 12개월 동안 50% 이상 급락하며 시가 총액이 3000억달러 이상 증발했기 때문이다.
18일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스 프루어가르드 예르겐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사임을 발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16일 "최근 직면한 시장에서 도전과 지난해 중반 이후 주가 흐름을 고려해 CEO 교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차기 CEO를 공개 모집하는 가운데 예르겐센은 당분간 직무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위고비'는 평균 15%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후발주자인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우수하다는 직접 비교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과 푸에도리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가 알려지면서 일라이릴리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됐다. 해당 임상에서 젭바운드 투여군의 72주차 기준 평균 체중 감소율은 20.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노디스크는 미국의 주요 처방약 급여관리회사(PBM)와 계약해 위고비의 직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젭바운드의 처방건수가 위고비를 추월하면서 노보노디스크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최근 12개월 동안 50% 이상 급락했고 시총도 3000억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로이터는 노보노디스크 내부에서 미국인을 새 CEO로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라이릴리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데다 미국이 의약품 관세부과와 약가 인하 등을 추진하면서 미국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하는 미국인 CEO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에밀리 필드 바클레이즈 연구원은 "덴마크 최대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는 102년 역사 동안 총 5명의 CEO만 배출했고 모두 덴마크 출신이었다"며 "이번에 미국 출신 CEO를 선임한다면 파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 레비엔 소렌센 노보노디스크 총괄책임자는 "일라이릴리의 CEO인 데이비드릭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났지만 노보노디스크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경영진은 16일(현지시간) CEO 후보를 모두 검토할 것이고, 후보 물색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카렌 앤더슨은 노보노디스크가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내부에서 CEO를 선택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장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고려한다면, 외부에서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 제조를 미국으로 이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의약품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제약사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약가 인하 정책과 유통구조 개편카드도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다른 선진국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값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처방 의약품 가격 인하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릴리의 젭바운드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로이터통신은 일라이릴리가 트럼프 행정부의 인맥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CEO는 미국제약협회(PhRMA)의 회장인 스티븐우블과 화이자 CEO를 여러 차례 만났다. 또 일라이릴리의 전 임원인 알렉스 아자르는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BMO 캐피털 마켓 애널리스트인 에반 세이거맨은 "요르겐센 노보노디스크의 8년간의 CEO는 임기 동안 트럼프와 만나지 않았고, 최근들어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 만났다"면서도 "이와 달리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CEO는 지금 이 순간, (전략적으로) 언제 밀어붙이고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