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OSAT 부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후공정 업체인 JCET(세계 3위)와 TSHT(6위)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각각 19.3%와 26%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상위 10개사의 매출 성장률이 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세계 1위·2위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대만 ASE와 미국 엠코의 매출은 2% 가량 역성장했다.
중국 후공정 업체들이 성장세를 보인 것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메모리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 주도하에 장비·부품 자립화가 함께 이뤄지면서 후공정 분야서 성장이 나타났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지난 2021년까지 1% 이하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5%까지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어 글로벌 4위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CXMT가 올해 초 선단 제품인 DDR5 양산에도 성공하면서 올해 말 기준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연내 CXMT의 메모리 점유율이 10%에 이를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중국은 고부가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패키징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JCET가 양산 중인 패키징 장비는 HBM2(2세대)용에 그치지만, 정부 재정 지원을 토대로 완전 자립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주도 중인 시장이지만, 후공정과 패키징 기술은 전공정에 비해 기술 난이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의 사례가 반도체 후공정에서도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은 2010년대 중반까지 LCD 패널 시장을 호령했으나, 현재는 중국 기업에 밀려 글로벌 LCD 패널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상황이다.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후공정 업체들은 생산 캐파를 HBM 등 고부가로 전환해야만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레거시 후공정 분야 전체가 중국 업체에 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국내 업계가 후공정 기반을 완전히 놓치게 되면 추후 반도체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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