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여당인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해외우려기관(FEOC)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차 관문인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도 통과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발의된 세제 법안이 18일(현지시간) 1차 관문인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7표와 반대 16표로 가결됐습니다.
이 법안에는 '금지된 외국단체(PFE)로부터 부품 지원을 받거나 외국기관과의 라이센싱 가치가 100달러를 초과할 경우 2027년부터 AMPC를 수령할 수 없다'는 새로운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존 IRA의 FEOC 규정을 AMPC에도 적용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FEOC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특정 국가의 정부나 단체, 개인의 지분이나 의결권이 25% 이상 포함된 기업으로, 이들은 현행 IRA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을 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64만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해 주는 제도입니다. 중국 CATL은 FEOC 규정을 우회해 보조금을 타기 위해 기술 제휴의 로열티를 받는 대신 GM이 공장 지분 100%를 보유하는 형태로 미국 내 합작공장을 세우는 협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화당 개정안은 이조차도 원천 차단합니다. 전기차 세액공제에만 적용되는 FEOC를 AMPC에도 새롭게 적용하는 만큼 중국 기술을 이용해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해도 세액공제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의 대중 견제 기조를 고려할 때 중국을 배제하려는 방향의 이번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입니다.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하원 의장이 미국 현충일 휴일인 오는 26일 이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번 주에 본회의 표결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GM과 포드, 테슬라가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 등과 추진한 라이선스 기반의 배터리 사업 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FOEC상 중국과 연관되면 미국 내에서 생산하더라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돼 미국 내 배터리 제조 환경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AMPC는 전기차 배터리나 재생에너지 부품 등을 미국 내에서 제조할 경우 기업에 제공되는 혜택입니다.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할 경우 kWh당 배터리 셀은 35달러, 모듈은 1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셀과 모듈 모두 생산해 판매하면 kWh당 최대 45달러를 받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전기차용 배터리의 가격이 kwh당 100달러 안팎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kWh당 최대 45달러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상실되는 셈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내 단독 생산시설을 이미 구축한 국내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국 현지에서 단독으로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 배터리 기업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를 제외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일본 파나소닉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홀랜드와 애리조나, 랜싱공장 등 3곳을, SK온은 조지아주에서 1공장과 2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중국 외의 기술력을 가진 곳은 한국인 만큼 단독 공장을 구축하지 않은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합작공장 형태를 추진할 가능성도 커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몸값을 높일 기회를 맞게 됐습니다.
또 이번 법안에는 기존 AMPC 폐지 시점 2033년을 2032년으로 1년 앞당기고, AMPC 크레딧 교환은 2028년 이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는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처럼 보조금이 소멸되는 것이 아닌 속도 조절 차원이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AMPC를 2029년까지 100% 지급하다가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 2033년부터 0%로 줄도록 설계했습니다"라며 "AMPC 보조금 폐지는 장기적으로 예정된 수순인데 1년 더 빨라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공화당 개정안에서 FEOC 규정을 AMPC에 적용한 부분은 중국의 미국 우회 진출을 막는 내용이어서 중국 기업들의 입지를 더 좁힐 것"이라며 "미국 내 생산시설을 빠르게 구축해 놓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 추진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됐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상원에서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라며 "다만 원안대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회 요인도 존재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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