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현장칼럼] 중국 AI 굴기, 빛과 그림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002102369607001[1].jpg "[현장칼럼] 중국 AI 굴기, 빛과 그림자")
AI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어젯밤 내 잠을 분석해주고, 점심 메뉴까지 척척 추천한다. 강의실에선 필기 걱정도 없다. 음성만 남기면 자동으로 글자가 된다. 챗GPT 덕분에 암을 조기에 알아챘다는 프랑스 여성의 이야기도 있다. AI는 어느새 우리 일상에 녹아들었다.
AI 대전이 뜨겁다. 미국을 의식한 중국은 AI를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돈도 정책도 아끼지 않았다. 기업들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게 길을 열었다. 미국의 제재에도 끄떡없었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 기반이 골고루 단단해졌다. 첨단 AI 모델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딥시크의 R1 모델은 더 놀랍다. 단돈 558만 달러(약 80억원) 들었다. 오픈AI의 Q1 모델과 맞먹는 성능을 이런 예산으로 뽑아냈다. 전 테슬라 AI 과학자 안드레이 카르파시는 이를 "농담 수준의 예산"이라고 말했다. 연구 인력은 130명 남짓이지만 효율적이다. 젊고 빠르다. 딥시크 연구인력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중국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그것도 석·박사 과정 중에 있다. 연령대도 20~30대 초반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극강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항저우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동부의 도시로 약 1250만명이 산다. 이곳이 바로 중국 AI 혁신의 산실이다. 알리바바, 딥시크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베이징에서는 멀다. 관료적 통제에서 한발 비켜 있는 것이다. 거대 경제도시 상하이와는 가깝다. 그래서 자본과 인재가 쉼없이 몰려든다.
딥시크의 조직문화도 다르다. 수평적이며 자유롭다. 1985년생인 설립자 량원펑은 명령하지 않는다. 조언하는 걸 즐긴다. 젊은 연구자들의 멘토가 된다. 이 속에서 창의성이 자란다. 열정은 곧 성과물로 이어졌다. 량원펑은 1950년대와 1960년대의 핵 과학자들처럼 중국의 전략적 우위를 발전시키는 핵심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딥시크 R1의 기술도 특별하다. 논리 추론과 자기 학습이 가능하다. '사고의 연쇄' 기능으로 복잡한 문제도 과정까지 설명해준다. 기존 AI와는 다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2030년까지 중국 AI 시장 규모는 5조6000억 위안(약 110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퍼드 AI 인덱스는 "미국과 중국의 AI 최고 성능 격차가 1년 만에 9.3%에서 1.7%로 줄었다"고 했다. 딥시크 같은 모델이 이를 가능케 했다.
투자자들이 중국 기술주로 다시 몰려들고 있다. 홍콩 상장 기술기업들을 추적하는 항생테크지수는 연초 대비 35% 올랐다. 알리바바, 텍스트-비디오 AI모델 클링을 개발한 콰이쇼우, 화웨이의 AI칩 제조를 돕는 중국의 반도체기업 SMIC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기에도 아이러니가 있다. 중국 정부는 오랜 기간 통제와 규율, 검열이 강한 사회를 유지해왔다. 인터넷 검열, 빅테크에 대한 규제, 자유로운 정보 유통의 제한 등은 창의성과 혁신의 싹을 자주 꺾어왔다. 그럼에도 오늘날 중국 AI가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역설적이다. 국가 주도의 막대한 투자와 전략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진짜 혁신은 통제의 바깥, 열린 생태계에서 자랐다.
한국의 AI는 어디로 가야 할까. 답은 단순하다.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과 대규모 투자에 있다. 규제보다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 기업, 연구소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중국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창의적이고 열린 생태계, 이 기본기가 핵심이다. 지금 꼭 살펴봐야할 일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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