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양호연의 보딩패스'는 유용한 항공·여행 정보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쏠쏠한 항공 정보와 여행 꿀팁은 물론 업계 동향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기내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나 범죄를 예방·대처하기 위해 항공기 내 CCTV 설치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대부분의 여객기 객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죠. 그 이유는 국제 항공법과 각국의 법률, 그리고 기술적·윤리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항공기준을 정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기내 CCTV 설치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종실 보안을 위한 출입문 감시 장비는 장착을 권장하고 있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최신 항공기에는 조종실 외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객실 전체에 대한 상시 녹화나 모니터링은 ICAO 기준에서도 구체적인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합니다.
각국은 이를 자국 법률로 채택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데요, 항공기는 등록된 국가의 법을 따르며 운항 중에도 그 나라의 규제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기내 CCTV 설치도 해당 항공기의 국적국과 운항 대상 국가의 법적 기준에 따라 가능 여부가 갈리게 되죠.
한국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과 항공보안법이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영상 정보는 개인정보로 간주되며 수집 목적의 명확성, 최소 수집 원칙, 저장 기간의 제한, 승객의 정보 열람과 삭제 요청 권리 보장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유럽연합 역시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통해 비슷한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을 운항하는 항공기는 영상 데이터를 처리할 경우 매우 높은 수준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미국은 연방항공청(FAA)이 기내 보안장비 설치를 별도로 규제하고 있는데요, CCTV에 대해선 기술적 기준과 안전성, 사생활 보호 기준을 검토한 뒤 개별 승인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항공사들도 일반 객실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술적 제약도 따릅니다. 항공기는 정교한 전자장비로 운영되며 CCTV 장치가 통신이나 항공 전자 시스템에 간섭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죠. 또 카메라 설치와 영상 저장 장치는 항공기의 무게 증가와 부품 비용, 유지비용 상승을 야기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여러 이유로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는 객실 전체가 아닌 제한된 구역에만 CCTV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조종실 출입문 외부나 화물칸 등이 있죠. 다만 이 역시 실시간 모니터링 용도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일부 최신 항공기의 경우 기내 일부 공간에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지만, 영상 저장 여부나 활용 방식은 항공사 정책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내 난동과 성추행, 절도 등의 범죄가 발생했을 때 증거 확보의 어려움이 드러나며 CCTV 설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기내 CCTV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조건부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승객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과 영상 데이터의 안전한 관리 방식, 사후 책임 소재 등의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CCTV 설치와 운영 여부는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법, 항공 보안 규정, 기술적 요건 등 복합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재로선 보편적 설치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데요, 항공기 보안과 승객의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여전히 논의가 한창인 듯합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양호연의 보딩패스] `하늘 위 사각지대` 기내 CCTV 망설이는 이유](//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102109932057006[1].jpg "[양호연의 보딩패스] `하늘 위 사각지대` 기내 CCTV 망설이는 이유")
![[양호연의 보딩패스] `하늘 위 사각지대` 기내 CCTV 망설이는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102109932057006[1].jpg "[양호연의 보딩패스] `하늘 위 사각지대` 기내 CCTV 망설이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