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A씨는 최근 저축은행 사칭범이 유선으로 정부지원 대출을 제안하는 수법의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A씨가 대출을 신청하자 기존 대출처인 캐피탈 사칭범이 기존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대출을 받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속이고 기존 대출 상환 명목으로 6200만원을 빼돌렸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자금이 절박한 자영업자 등 서민층을 주요 범행 대상으로 노린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사기범들은 피해자가 이미 다른 금융사의 대출이 있다면 피해자의 '중복 대출'에 따른 금융 관련 법·약정 위반 해소를 위해 기존 대출의 상환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의 자금을 편취했다.
신용점수가 낮거나 거래 실적이 없어 '보험료', '공탁금' 등을 선입금해 대출이 승인된다고 하며 입금을 유도하기도 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185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보이스피싱 유형(지인사칭·기관사칭·대출빙자) 중 42%가량을 차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을 유인하기 위해 '서민금융'과 '저금리' 등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가짜 대부 광고를 게재하는 수법을 주로 썼다. 상담 방식과 서류 양식 등이 실제 대출과 유사해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범은 햇살론 등 정책 금융 상품 이름을 도용해 신뢰도를 높이고 피해자로부터 대출 상담 신청이 들어오면 금융사 상담원처럼 위장해 실제 대출 상담을 하는 것처럼 했다. 가짜 상담원은 금융사 직원 명함과 깔끔한 증명사진 등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 정교하게 위조된 대출 신청 서류 등을 제시하며 실제 대출 상담을 하는 것으로 속였다.
사기범은 대출 신청서를 빙자한 파일 전송과 대출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보안 앱 설치 등의 명목으로 악성 앱 링크를 전달, 보이스피싱 주의 필요성 등을 사기범이 먼저 언급하며 의심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최근 휴대전화 보안 강화로 사기범은 공식 앱스토어에서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해 피해자 휴대전화를 직접 제어하면서 은행 앱과 보안 앱을 삭제하고 악성 앱을 설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원이 불명확한 상대방이 대출 상담 과정에서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한 대화 유도 시 각별한 주의해야 한다"며 "금융사는 대출 과정에서 절대로 앱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