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유죄 파기환송 계기
대표자 126명 중 64명 출석해야 회의 개최
70명이 회의 소집 반대, 개의 여부 불투명
사법부도 둘로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총체적으로 붕괴할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선후보의 허위사실공표죄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촉발된 사법부 신뢰와 재판 독립 논란에 관해 법관들이 모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임시회의가 26일 오전 10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후보의 20대 대선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 데다, 1심 피선거권 상실형을 '전부 무죄'로 뒤집었던 2심을 상고심이 파기하면서 불거진 논란이 계기가 됐다.
법관대표회의는 지난 9일 구성원 5분의1 이상 요청이 있었다며 임시회를 소집했다. △재판독립과 공정성, 사법의 민주적 책임을 확인·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원칙 △특정 사건 절차 진행으로 인해 사법 신뢰가 흔들렸다는 인식과 개별 재판 책임 추궁이나 제도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한 안건이 상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 이후 정치권에선 단독 국회 과반의석인 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대법관 2배 이상으로 증원, 재판소원제(4심제) 도입 등 사법제도 전반을 겨냥한 공세가 이어졌다. 법관회의에선 대법원이 이 후보 재판에 관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단 주장과, 민주당의 입법이 사법독립 침해란 주장이 대립할 수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규칙 제6조(임무) 1항은 법관회의가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개별 재판의 당부(當否)나 절차를 다룰 수 있냐는 논쟁도 일 수 있다. 개의 여부도 주목된다. 대표자 126명 중 과반인 64명이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는데 70명이 소집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내부망에선 임시회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 후보 관련 재판이 모두 대선 이후로 연기된 상황에 긴급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6·3 대선을 불과 8일 앞두고 회의가 열린다는 점, 어떤 결론이든 정치적 해석을 피할 수 없는 점도 부담요소로 거론된다. 임시회가 열릴 경우 안건 의결에는 출석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회의가 논의만 진행되고 의결 없이 종료되거나, 결론을 유보하고 안건을 분과위원회로 이송한 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법관대표회의는 문재인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였던 2018년 4월부터 대법원 규칙으로 공식화한 전국 법관들의 의견수렴기구로, 법원별로 인원수에 비례해 대표자를 두고 총 126명으로 구성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선후보 판결로 촉발된 사법부 안팎 논란을 다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5일, 회의 개최 장소인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정문 모습.<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