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시 신속한 개입을 위해 차량 하부 배터리 케이스에 소방 호스가 직접 물을 주입할 수 있는 통로를 설계했다. 평소에는 접착 디스크로 밀봉돼 있으나, 화재 시 강한 수압에 의해 자동 개방되는 구조다. 이 기술은 배터리 내부로 직접 소화수를 전달해 진압 시간을 기존 4시간에서 약 10분 내외로 줄이고, 사용되는 물의 양도 약 90% 절감할 수 있다.
르노는 이 기술을 자사 전용으로 쓰지 않고 특허를 무상으로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에 공개했다. 생명과 직결된 안전 기술 앞에서는 경쟁보다 산업 전체의 기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시장에서 르노코리아 역시 같은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와 아르카나는 2024년 KNCAP에서 나란히 1등급을 획득하며, 충돌 안전성은 물론 보행자 보호와 사고 예방 기능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차량 구조에는 포스코와 공동 개발한 초고장력강 소재가 대거 사용됐고,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와 같은 첨단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기능이 전 트림 기본 탑재돼 있다.
르노코리아는 구조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큐레스큐(QRescue) 코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구조대는 사고 차량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차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 구조 시간을 최대 15분까지 단축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르노는 단지 완성차를 만드는 제조사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 안전의 기준을 만드는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 기술을 나누는 선택은 쉽지 않지만,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결정이란 것이 르노의 철학이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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