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대법관 100명 증원'을 골자로 한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관련 법안을 제출한 박범계·장경태 의원에게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 의원은 대법관 임용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장 의원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법안 발의 직후 '사법부 압박·옥죄기'라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특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입법농단저지위원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이재명 민주당 체제의 입법 독재 신호탄"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근본부터 허물려는 무모하고도 위험한 폭거"라고 날을 세웠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14일 열린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대법관을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두고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관 수만 증원한다면 국민에게 큰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의원 개별 신념에 따라 독립된 헌법기관이니까 (법안을) 낼 수 있지만 당의 입장은 아니다"라며 "비법률가에게 대법관의 문호를 개방하는 문제는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지금 당장은 그 문제에 매달릴 만큼 여유롭지 않고 또 다른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를 수 있다"며 "선거 캠프에 '사법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논의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지시 내렸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민주당의 법안 철회에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 후보가 만약 집권한다면 이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경기 안성시 안성중앙시장 서인사거리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법안 철회는) 잘한 것으로 당연한 일"이라며 "전 세계에 이런 일은 없고 발상 자체가 방탄"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후보가 말 바꾸기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면 또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쏘아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돼도 곧바로 재판이 재개될 것이고 유죄 판결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비법조인 대법관과 같은 사법부 장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윤선영·안소현기자 sunnyday72@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문화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안성시 안성중앙시장 서인사거리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