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회의원 285명을 뽑는 총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82.6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통합사회주의당이 24개 주지사직 가운데 23개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는 야권을 중심으로 불참 여론이 압도적인 가운데 치러졌다. 투표를 해봤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소속된 통합사회주의당 후보 당선으로 조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선거 불신과 보이코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의 부정 의혹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7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마두로 정권 심판 분위기 속에 치러졌고, 출구조사에서도 야권 대선주자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승리가 예견됐다. 하지만 친정부 성향의 선관위는 개표가 완료되기도 전에 현직이었던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공식화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마두로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갈등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법원마저 마두로 정권에 의해 장악된 것을 마주하며 국민은 선거와 사법부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앞서 마두로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는 2004년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면서 증원 대상 12명 전원을 친정권 인사로 채웠다. 대법원의 형해화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자 마두로는 대법관 수를 20명으로 줄였지만 친정권 법관들로 재임명했다.
야권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웃음거리에 불과한 선거를 정당화하지 않기 위해 투표장에 가지 말라며 선거 보이코트를 독려했다. 야권의 호소는 효과를 발휘해 저조한 투표율로 나타났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델포스에 따르면 유권자 2100만명 가운데 16%만이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중남미 지역 언론 인포바에는 여론조사기관 메가아날리시스 집계 결과 투표율이 12%를 조금 넘긴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일부 투표소의 경우 현장을 지키는 군인이 유권자보다 많았다고 보도했고, AFP 등 다른 외신들도 소수의 유권자만 투표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반면 마두로 정부는 투표율이 42.66%에 달하는 등 참여율이 높아 선거 종료 시간을 한 시간 연장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대선 이후 스페인으로 망명한 야권 지도자 우루티아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선거 보이콧은 "변화와 존엄성, 미래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조용하지만 울림 있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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