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올 경제 전망 2.1→1.0%로 하향 조정
올 수출 -1.9%, 무역수지 524억 달러 전망
"통상 협상 결과·경기 대책 중요해"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기, 조선, 바이오 등 일부 품목이 수출을 견인하고 있지만, 주력 산업의 수출이 전년보다 부진하고 내수 회복도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간 1.0%, 하반기 1.4%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각각 1.1%포인트(p), 0.8%p 하락한 수치다.
이번 산업연의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부과한 기본관세(10%와 철강·자동차·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25%), 한국은행의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 등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홍성욱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경제는 미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교역 둔화 등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는 데다, 신정부 출범과 추경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년 대비 1% 내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처음 1%대 아래로 내려 잡았다.
IMF는 한국의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0%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은행도 1.5%로 각각 내려잡았다. 기획재정부는 1.8%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13대 주력 산업별로 보면, 상반기 실적 부진에 더해 하반기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연간 수출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올 하반기 13대 주력 산업 수출은 정보기술(IT), 바이오헬스 등 신 성장 산업의 양호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관세 리스크와 해외 생산 확대 등 부정적 요인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2.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수출은 역 기저효과로 1.9% 감소함에 따라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재윤 산업연 연구위원은 "자동차, 기계, 철강, 정유, 가전 이차 전지 산업은 국내외 수요 부진 영향으로 상반기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유화학은 하반기 여건 개선이 소비를 놓침에 따라서 본격적인 회복 시점이 2026년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한국의 대미 수출 구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한국의 대미 부가가치 수출 가운데 경유국 비중은 멕시코(25.5%)가 가장 높고, 이어 중국(20.6%), 베트남(19.7%), 캐나다(4.5%) 순으로 전체의 70.3%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타깃이자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남훈 산업연 원장은 "국내로 보면 정치적 격변으로 인한 불확실성 요인들이 많이 사라지고, 곧 대선이 끝나고 나면 더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저하고의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외 정책 변수들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협상 결과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감세 대책을 비롯한 경기 대책들이 어떤 효과를 낼지에 따라서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우리나라 성장을 발목 잡을 것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며 통상 분쟁이 격화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에도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수출이 악화하고, 6·3 대선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 여파가 경제로까지 옮겨 붙으면서 올해 0%대 성장률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내수 회복 노력과 동시에 노동 생산성 개선 등 경제 구조개혁에도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