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전기차, 1000만원대 구매 가능
국산은 보조금 받아도 3000만원선
올해 판매량, 이미 작년 절반 수준
국산은 보조금 받아도 3000만원선
올해 판매량, 이미 작년 절반 수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상용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가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기준 강화로 다수의 중국산 전기 상용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지만, 정부 보조금 없이도 1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가격 경쟁력이 영세·소상공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차 ST1 등 택배를 포함해 목적성이 뚜렷한 국산 상용 전기차의 경우 비싼 가격이 소상공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애매한 자국 브랜드 지원 정책으로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전기상용차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에이케이가 수입 판매하는 E-CV1을 비롯해 스테고-지(Z), 이토비(e-TOVI), SW40, 썬라이즈-T01, E-CV1 등의 모델은 작년 이후 국내 판매를 개시했다.
모두 1톤 내외의 전기 소형 상용차로 분류된다. 지리사천상용차의 SE-A2밴은 2023년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동풍소콘의 마사다, 브릴리언스 시너레이의 이티밴은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또 GS글로벌은 수입 판매하는 1톤 상용 트럭 T4K는 1000만원 안팎의 자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제를 강화했다. 전기 화물차에 대해서도 승용과 마찬가지로 차량 성능에 따라 보조금에 차등을 뒀다. 충전속도가 90㎾ 미만인 소형 전기화물차에 대해서는 보조금 50만원을 삭감했고, 배터리효율계수와 배터리환경성계수 기준도 성능에 따라 전기 승용차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올해 보조금 정책에서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속도가 빠른, 성능이 뛰어난 전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해 비슷한 정책을 이어갔다. 중국산 LFP배터리의 경우 주행거리나 에너지 밀도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중국산을 견제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산 상용 전기차의 국내 판매량은 잠시 주춤했을 뿐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산 상용 전기차의 국토교통부 등록 대수는 2020년 482대, 2021년, 921대, 2022년 2660대에서 2023년엔 4292대까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의 경우 3316대로 전년보다 23% 줄었지만 작년부터 신 모델이 연이어 출시된 만큼 올해 판매량은 다시 뛸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 1~4월 누적 판매량은 1616대로 이미 작년 연간치의 절반 가까이를 팔아 치웠다.
중국산 상용 전기차는 주로 영세·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판매에 들어간 E-CV1의 경우 국고보조금 398만원이 책정돼 이를 반영하면 19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T4K도 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1000만원 중후반대 구매가 가능하다.
그에 비해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 기아 봉고 EV의 차량 가격은 4300만~4600만원 수준으로,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받아도 2000만원 중후반대에서 3000만원 이상이다.
국산 상용 전기차는 여러 택배 업체들과 보급 확산을 협업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대다수의 택배기사들은 현재 국산 1톤 탑차를 주로 이용하는데, 사실상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라 비싼 전기차로 전환을 강요하기 모호하다.
기아는 올 하반기 중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를 출시할 예정이고, 이에 앞서 현대차는 작년 초 ST1을 선보였다. ST1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CJ대한통운, 롯데그룹, 한진택배 등의 물류업체들과 협업에 피드백을 반영했지만, 높은 가격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상용차의 경우 대중적 관심이 낮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BYD를 필두로 승용 전기차도 국내 수입이 늘어나 차종 구분 없이 중국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은 관세를 통해 중국산 유입을 막을 수 있지만 한국은 이러한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국산 가성비 모델의 다양화와 함께 MCN배터리 등의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점유율이 더욱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임주희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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