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만 10년 된 '중국제조 2025'의 후속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의 1단계인 '중국제조 2025년'을 발표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와 조선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반도체와 신소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다른 선진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이 계획에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 현재 자급률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제조 장비를 포함한 첨단 기술을 우선순위에 둘 예정이다. 다만 미국 등 다른 국가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기존 '중국제조 2025'와 같은 명칭은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이 구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내부에서 논의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아직까지는 한국 반도체산업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중국이 투자를 확대할 경우 양국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 세계 매출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가 이끄는 최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현재 중국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첨단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지 못해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다. 중국 당국은 중국제조 2025 후속 버전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내년 봄 양회 이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을 둘러싼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무역 불균형으로 비판받는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미국과 EU 한국 일본 등은 중국 정부가 해외 경쟁 기업의 자국 시장 진출을 막으면서 막대한 보조금을 자국 기업에 쏟아부어 기술과 산업을 키우는 정책이 공정경쟁을 해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차 배터리산업이다. 중국은 10여년간 교묘한 방법으로 자국 배터리기업에만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주고 해외 기업을 차별함으로써 배터리산업과 전기차산업을 육성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의 기술 침해 의혹도 받았다. 미국 등 서방은 더는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기치를 들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제조업을 재건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충격으로부터 안전한 미국을 만들겠다며 중국을 주요 표적으로 관세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를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철강, 의약품,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디커플링'(공급망 완전 분리)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을 안보와 고용 유지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소비는 GDP의 약 40% 수준으로 50∼70%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반면 중국의 제조업 중심 투자는 GDP의 약 40%를 차지해 미국의 2배가량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9일 허난성 뤄양베어링그룹 공장을 찾아 중국이 세계 제조업 1위 국가로 발돋움했다며 제조업을 계속 잘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핵심 기술에도 통달해야 한다"며 "수준 높은 인재를 대거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며 관세전쟁을 촉발한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세계 매출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가 이끄는 최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현재 중국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첨단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지 못해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다. 아직은 한국 반도체산업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지속 확대할 경우 위상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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