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복합·열병합발전 수주...공랭식 냉각 등 K-기술로 중동 공략
현지 CEO “사우디 인프라 구축의 시작”
"이 루마 가스복합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권병수 루마·나이리야 프로젝트 한국전력 법인장이 루마 발전소 예정 부지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부지에 들어서자 체감온도 43도에 달하는 사막의 열감에 숨이 턱 막혔다. 황량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뜨거운 열기 속에 돌개바람이 일더니 건설 장비 주변을 휘감고 순식간에 지나갔다.
루마 부지에서는 건물 구조물을 세우기 위한 기초 굴착을 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발전소 건물들이 들어설 자리를 표시하는 표시선과 깃발들이 곳곳에 꽂혀있고, 스팀터빈과 증기터빈 설치를 앞두고 포크레인 150여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물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은 모래 바닥에 물을 흩뿌리며 달아오른 노면을 잠시나마 식혔다.
사우디가 발주한 루마1 가스복합발전사업은 1.9GW 규모의 복합화력 발전소를 2028년까지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준공 이후 25년간 전력을 생산해 사우디에 판매하며, 약 85km 떨어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전력을 책임지게 된다.
사막 한가운데 발전소를 세우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낮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는 날이 대부분이고, 숨 막히는 더위 탓에 매년 6월부터는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야외 작업이 금지된다. 이는 근로자들의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루마 부지 역시 점심시간을 넘어서면서 작업이 잠시 중단됐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팀코리아'의 기술력은 뜨겁게 피어올랐다. 한전은 사우디 최대 민자 발전사인 아쿠아 파워(ACWA Power), 사우디와 함께 '르말 에너지컴퍼니(Remal Energy Company)'를 설립해 사업 개발과 운영을 맡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배열회수보일러(HRSG), 가스터빈발전기(GTG) 등을 공급하고, 종합 시운전을 담당한다. 사우디 현장에서는 '팀코리아'와의 협업에 대한 기대와 함께, 탄소배출 저감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다.
제야드 르말 에너지컴퍼니 최고경영자(Remal Energy Company·CEO)는 현장에서 "사우디와 한전이 함께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당사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미래 기회 발굴, 그리고 사우디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여정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팀 코리아의 열기는 리야드 동쪽으로부터 300km 떨어진 자푸라1 열병합발전소에서도 이어졌다. 자푸라 발전소는 공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푸라 발전소는 축구장 70개 크기(약 53만㎡)의 부지에 들어서는 대형 설비로 공사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발전소 외관은 대부분 완공된 상태였으며, 인근에서는 가스 플랜트 설치를 위한 철골 구조물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자푸라 발전소는 한전이 주도한 '팀코리아'가 수주한 첫 열병합 발전 프로젝트로, 한전의 해외 사업 중 열병합 부문 최초 사례다. 준공 후 20년간 운영되며, 필요시 최대 10년까지 계약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진웅 사우디 자푸라 사업법인장은 "총 매출액은 11억달러 정도로 예상된다"며 "약 6억6000만달러 규모의 국내기업 동반진출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푸라 현장에는 'K-공랭식' 기술이 진가를 발휘했다. 사우디 서해안 인근 발전소의 경우 바닷물을 활용해 수랭식 냉각이 일반적이지만, 자푸라는 사막 내륙에 위치해 물 확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물이 필요 없는 공랭식 방식인 국내 기업 다산 DTS의 기술이 적용됐다.
축구장 절반 크기의 직육면체 구조물은 지상 3층 높이로 설치돼 있었으며, 하부에는 직경 4m짜리 대형 팬(fan) 15개가 배치돼 있었다. 이 팬들이 외부 공기를 흡입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건설 현장 관계자는 "현장 주 설비는 모두 설치 완료됐고 현재 부분 시운전 중이며, 마감공사만 남은 상태"라며 "10월까지 시운전 마치고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사우디=강승구기자 kang@dt.co.kr
21일(현지시간)사우디 자푸라1 가스 열병합발전소 현장. 건설 현장 관계자들이 오는 10월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북동쪽으로 85km 떨어진 사막 한 가운데에 위치한 '루마 가스복합부지 예정부지'에 포크레인 150여대가 줄지어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제야드 르말 에너지컴퍼니 최고경영자(Remal Energy Company·CEO)가 20일(현지시간) 루마 가스복합부지 예정부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