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무섭게 제품 가격을 인상해온 식품·프랜차이즈 업계가 대선 종료와 함께 눈치싸움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자칫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는 기업으로 낙인찍힐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식품기업들의 가격 인상 행렬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가격 인상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이미 가격을 올릴 기업들은 어느정도 다 인상한 상황이어서 지금처럼 매일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도 "아직까지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곳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미 올릴 곳들은 웬만하면 다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계엄부터 탄핵, 대선 정국까지 어어지면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식품·외식업체는 약 60여곳에 이른다. 한 달에 약 10여곳의 기업이 가격 인상을 발표한 셈이다.
제품 가격 인상 기업들을 살펴보면 농심·오뚜기 등 식품기업부터 빙그레·오리온·롯데웰푸드 등 제과기업,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주류까지 상반기 중 전방위적으로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스타벅스와 폴바셋·할리스커피 등 카페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버거킹·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굽네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식품업계에서는 웬만한 곳들은 이미 다 가격 인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원재료 가격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어 가격을 더 올릴 명분도 떨어진다. 선제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기업들 입장에서는 추가 가격 인상 요인이 적어진 것이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파운드 당 3.43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4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과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호소했던 코코아 가격 역시 최근 들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2일 기준 코코아 가격은 톤당 9483달러를 기록, 지난해 말(1만2000달러 선) 대비 톤당 300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내수경기 침체와 물가 안정"이라며 "새 정부가 (가격인상 기업을)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 행진이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