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피해 유럽에 집중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안정적 수요 기반을 확보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업인 중국 CATL과 최근 전지박 공급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국내 전지박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인 CATL과 유럽 권역의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한 전지박을 2026년부터 유럽에 위치한 CATL 배터리 공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 2022년 헝가리에 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공장까지 구축해 현재 3만800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번 계약은 유럽 내 입지 강화라는 양 사의 전략적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현재 유럽 내에서 유일한 전지박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헝가리공장을 유럽 전지박 공급의 핵심거점으로 강화하기 위해 향후 전지박 수요에 따라 3공장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CATL은 유럽 내 생산공장 가동에 필요한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CATL은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2022년부터 연산 14GWh인 첫 번째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CATL은 연내 헝가리 데브레첸에서도 연산 100GWh 규모의 두 번째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스페인에 유럽 내 세 번째 배터리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는 등 현지 생산과 공급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곽근만 솔루스첨단소재 대표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강자인 CATL과의 새로운 협력은 당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받은 계기"라며 "CATL이 유럽 현지 공급망 안정화를 이루는 데 적극 협조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하반기에 준공 예정인 데브레첸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극재를 CATL에 납품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데브레첸 공장은 CATL의 헝가리 공장에서 불과 3km 떨어져 있어 공급망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CATL이나 AESC 같은 업체들이 유럽에서 생산 베이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이들 배터리 업체들하고 공급을 위한 협의를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업체들의 추진 방안을 주시하면서 구체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해액 생산기업인 엔켐은 최근 CATL이 헝가리 데브레첸에 건설 중인 초대형 배터리 생산기지의 리사이클링 NMP(R-NMP) 공급사로 최종 선정됐다. 데브레첸 인근 지역에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으로 부지 매입 계약은 마무리 단계다. 엔켐은 당장 내년부터 CATL향 제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켐은 프랑스 덩케르크 지역에도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연간 17만5000톤 규모의 전해액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미 고션, 에스볼트, 신왕다 등 중국 내 상위 8개 배터리 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유럽에서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보호무역 장벽을 피해 유럽 시장에 사활을 건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한국 소재기업들의 협력은 향후에도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CATL은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로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어 안정적인 글로벌 납품망을 원하는 국내 소재기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