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내수 침체, 미국의 관세 등 '삼중고'에 직면한 철강업계가 발 빠른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감산,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아예 사업부 자체를 매각하는 초강수를 두며 전방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굴삭기 부품 '무한궤도' 생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이 늦어질 경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포항 2공장의 셧다운을 결정했지만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로 완전 중단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 중기 판매량은 2021년 대비 약 65% 감소하는 등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쟁업체와 중국 저가 제품 대비 경쟁력 상실로 구조적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며 "매각 진행과 함께 전환배치를 실시해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여기에 단조 자회사인 현대IFC의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인천 철근공장의 생산라인 전체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한 달간 멈추는 강수를 뒀다. 이는 건설 경기 침체로 철근 가격이 급락하면서 인위적 감산의 일환으로 진행된 조치다.
동국제강도 철저한 효율화에 돌입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최근 인천 압연·제강공장을 오는 7월22일부터 8월15일까지 약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회사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이번 중단은 그만큼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주요 공장의 가동률을 50~60%까지 줄였지만, 출혈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감산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포스코도 꾸준히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포항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각각 7월과 11월에 폐쇄했다. 1선재공장은 45년간 총 2800만톤의 선재 제품을 생산한 상징적인 설비였다.
중국 합작법인인 장가항포항불수강(PZSS)의 매각도 검토 중이다. 해당 법인은 현지 경쟁 격화로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포스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 움직임 속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도 국내 철강업계에 더욱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US스틸 본사 연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대한 관세를 기존보다 두 배인 50%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적용은 오는 4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미국철강노조(USW)의 캐나다 담당 국장인 마티 워렌(Marty Warren)은 "50% 관세는 사실상 캐나다산 철강을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조치"라며 "이것은 통상 정책이 아니라 캐나다 산업과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에 대해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영국 정부도 예외 적용을 위한 협상에 나설 예정으로, 조너선 레이놀즈(Jonathan Reynolds) 영국 기업통상부 장관은 차주 중 미국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호주의 돈 패럴(Don Farrell) 통상장관은 "이번 조치는 정당하지 않으며, 우방국 간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불만을 드러냈다.
수출업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관세 인상이 철강 뿐 아니라 자동차 등 수요처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지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자동차 뿐 아니라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이는 강판 등 철강 가공제품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우리나라 철강 수출액은 매달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12.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추가적인 감산과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는 관련 업계와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으며 미국 측과의 통상 협상도 추진 중이다. 철강업계도 정부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미 협의를 요청하는 한편 자체 네트워크를 통한 현지 상황 파악 등 민관 원팀 대응에 협조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