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기조는 '주택 공급 확대'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유휴부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현재까지 세부적인 청사진을 공개하진 않았다. 건설업계가 장기간 위기 상황에 놓인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이 정권 재창출 실패 요인이라는 인식 아래 유권자들로부터 반감을 살 수 있는 이슈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에 더해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지방 미분양 사태까지 겹쳤다. 조만간 중견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7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 확대는 무엇보다 공급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분양가가 기존 재고 주택 가격에 비해 높아 공급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방 중심이지만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부실사업장을 정리하면서 싼 땅을 확보하면 분양가도 낮출 수 있다"면서 "수도권에서는 민간 주도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공공 주도로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할 수 있는 사업장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가계부채 규모가 커 금융을 확대하면서 분양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분양이 어려울 경우 민간 건설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임대로 운영하다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선 "지역균형발전은 단순히 집과 일자리만 공급해서는 안 된다. 교육, 의료, 문화 등 주거환경 자체의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지방의 광역대도시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지방 광역대도시 주변에 신도시 개발보다는 노후 도심지의 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발전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 확대와 관련해 "정비사업 인허가 단계를 간소화하되, 안전진단과 공공기여 기준에 대한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유휴부지 개발은 단순 물량 확보에 그치지 않고, 교통·교육·상업시설과 연계된 생활권 단위의 복합 개발로 접근해야 실질적인 수요 유입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과 인센티브 설계를 명확히 해 공급 주체 간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단기 목표가 아닌, 10년 이상을 내다본 '선(先)계획·후(後)공급' 시스템을 정책에 녹여야 지속 가능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선 "첨단산업단지 유치와 국공립 교육기관 분산을 통해 고용과 교육 중심지로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토균형발전계획과 연계한 종합적 도시 인센티브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주거는 결과물일 뿐, 그 전제는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3기 신도시의 상업이나 자족용지 일부를 주거용지로 전환하는 등 일부 고밀화 하는 방향이나 공급에 속도를 내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정비사업지의 용적률·건폐율 완화와 관련해 일정 부분 공공성을 요구 시 기부채납 방식의 다양화(임대주택·공공청사·도서관이나 체육시설 등 지역 내 필요한 시설 등)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함 랩장은 "침체된 지방 경제의 회복을 위한 자족기능 안배 및 지역 광역 거점 개발을 통해 생활 인프라를 마련, 지역 내 생활 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양도세 한시 감면 등 구매력 회복에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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