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차량용 냉난방장치 제조업체 두원공조에 대해 기술 유용 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원공조는 차량용 냉난방장치 제조에 필요한 금형 제작을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면서, 사전 승인 용도로 금형 도면을 제출받았다. 그러나 수급사업자들과 서면 합의 없이 해당 도면을 중국 법인에 3건, 인도 법인에 2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두원공조는 대금 정산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수급사업자의 금형 도면 1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경쟁 수급사업자에게 넘겨 금형을 수정하게 하는 방식으로 기술자료를 유용한 사실도 공정위가 확인했다.
두원공조는 금형도면을 해외 계열사와 수급사업자에게 보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으므로, 기술자료 유용행위가 부당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더라도, 수급사업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두원공조가 금형 도면을 요구하면서도, 요구 목적 등을 명시한 기술자료 요구서를 교부하지 않고, 비밀유지계약(NDA)도 체결하지 않은 사실을 함께 적발해 조치했다.
공정위는 "기술자료 요구서 제공·비밀유지계약서 체결 의무는 정당한 사유 없는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요구, 기술자료 제공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유용행위 등을 예방한다"며 "기술자료 관련 권리 의무 관계·비밀 보호 조치 등을 명확히 하여 사업자 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하도급법상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금형 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한 직권조사를 통해 기술 유용 행위를 적발·제재한 사례라며, 단순히 이메일 제목이나 본문에 제3자 제공 사실을 기재했다고 해서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기술유용행위와 기술자료 요구와 관련된 절차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