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회담 핵심 이슈는 '희토류 대미 수출통제'
美 초정밀 첨단산업 중심으로 희토류 수급난
희토류 수출통제 인정 中, "무역관행 위배 안해"
美 약점 간파한 中, 무역전쟁서 안 물러날 것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역공을 당하고 있다. 트럼프 개인의 위신은 물론 아직은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에 심각한 손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 공세를 펴기 전 철저한 준비와 전략을 수립했어야 했는데, 이를 간과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협상을 벌인 이후 한 달 만에 런던에서 다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허리펑 부총리가 영국 정부 초청으로 8∼13일 영국을 방문하고, 그 기간 미국과 중미 경제·무역 협상 메커니즘 첫 회의를 연다"고 발표했다.
◇희토류 수출통제에 트럼프, 시진핑에 전화 '애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영국 런던 회담에서 중국 대표단과 무역 합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런던 회담은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해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합의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통화에 매달린 이유는 중국의 대미 희토류(稀土類·rare-earth element) 수출 통제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자 미국 관련 산업이 아우성을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과 전화통화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계기로 무역협상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희토류는 특히 초정밀 기계·전자산업에서 없어서 안 되는 부품의 원재료다. 희토류 없인 산업이 멈출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중국산 펜타닐 원료의 유입을 중국이 방치했다는 이유로 2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대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4월 2일 상호관세까지 포함해 145%의 관세를 물리자 본격적인 희토류 수출통제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6세대 전투기 개발 등 첨단 방위산업뿐 아니라 항공·기계·전자산업까지 타격을 입게 됐다.
◇중, 희토류 수출통제는 스위스 합의와 무관 입장
미국은 지난달 11일 스위스에서 각자 상대국에 대해 115%포인트(p)씩 관세를 낮추고 90일간 부과를 유예하자고 합의한 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중국으로서도 표면적으로는 그럴 듯한 논리가 있었다. 관세율 조정은 서로 보복관세를 낮추는 합의고, 희토류 수출통제는 미국이 펜타닐 유입을 명분으로 20%의 보복관세를 매긴 데 대한 상응한 조치이기 때문에 미국이 20%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어 풀 수 없다는 것이었다.
희토류로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를 쥐고 흔들게 된 데는 덩사오핑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국가전략이 있다. 중국이 희토류산업을 키운 배경에는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한 배경도 있지만, 선진 각국이 희토류 추출과 산업화를 환경문제로 인해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국가적 목표로 삼고 지난 수십 년간 연구-인력양성-산업화로 이어지는 '희토류 생태계'를 조성하며 오늘날의 지위를 확보한 의지가 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 런던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이 합의와 달리 핵심 광물과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않고 있는 점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오히려 미국에 대중 통제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시진핑 전화통화를 계기로 일부 수출 통제를 풀면서 미국에 양보를 얻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희토류 대책 없이 성급히 관세전쟁 포문
상무부도 7일 희토류 수출 허가를 조건부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희토류 관련 품목은 군용·민간용 이중 용도 속성을 갖고 있고, 그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라며 "우리는 로봇과 신에너지차 등 업종의 발전에 따라 중국 희토류에 대한 각국의 민간 영역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주목했다"고 했다.
대변인은 "중국은 책임지는 강대국으로서 각국의 민간 영역에서의 합리적 수요와 우려를 충분히 고려, 법규에 따라 희토류 관련 품목 수출 허가 신청을 심사했고 일정 수량의 법규에 맞는 신청을 승인했다"며 "법규에 맞는 신청 승인 업무를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에 관해 관련국과의 수출 통제 소통·대화를 강화하고, 법규에 맞는 무역을 촉진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희토류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는 한 중국은 지속적으로 희토류를 갖고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희토류 수급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전략도 부재한 채 꺼내든 대중 고율 관세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씻을 수 없는 패착을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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