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배드뱅크 설립 논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채권 소각
매입 규모·대상 등 구체화 예정
새 정부서 원금삭감 전망도 나와
역차별 논란·모럴해저드 우려도
자영업자·소상공인 채권 소각
매입 규모·대상 등 구체화 예정
새 정부서 원금삭감 전망도 나와
역차별 논란·모럴해저드 우려도
![[기획] 발등의 불 코로나 빚 50조… 탕감·조정 카드 나오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0902100363084001[1].jpg "[기획] 발등의 불 코로나 빚 50조… 탕감·조정 카드 나오나")
이에 새 정부는 배드뱅크를 통해 원리금을 일부 탕감하거나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원금 부담까지 덜어주는 카드를 내세울 경우 성실하게 상환한 차주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나 자칫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을 체계화하며, 관련 민생금융 정책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코로나19 대출 탕감·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통상 운용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이재명 정부는 일반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을 목적으로 하되,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총 5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대출 만기와 원리금 상환 유예가 오는 9월 말 돌아오면서 구체적인 빚 탕감 규모와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당국에 따르면 만기가 연장된 금액은 올 3월 말 기준 약 47조4000억원이다.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대출은 2조5000억원 규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지원책으로 숨통을 틔웠다. 만기는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했고 2022년 9월에는 최장 3년 유예한 바 있다.
내수 부진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의 부채가 불어나는 등 서민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 평가정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336만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23조원에 육박했다. 3개월 넘게 연체 이력이 있는 개인사업자는 1년 전보다 35% 급증한 15만506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진 빚은 30조724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7조원가량 늘었다.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설립을 구체화하며 2022년 10월부터 운영한 '새출발기금' 운용과 차별화한 방식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 TV 토론회에서 자영업자 등 빚 상환에 대해 "단순 채무 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며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지만 우리나라는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의 빚 탕감이나 채무 조정과 함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외 지원 대상의 범위를 넓힐지 들여다보고 있다. 관련 예산은 추진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재정 투입과 함께 은행권 등 금융회사와 공동 출자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원금까지 탕감해주는 파격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서민 지원이라는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에서 이미 2조원 넘게 상생금융 자금을 내놓아 건전성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획] 발등의 불 코로나 빚 50조… 탕감·조정 카드 나오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0902100363084001[2].jpg "[기획] 발등의 불 코로나 빚 50조… 탕감·조정 카드 나오나")
전문가들은 빚 탕감으로 도덕적 해이 등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며 지원 대상을 정교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의종 금융시장연구원 원장은 "현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연체율이 심각해 이들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시급한 것도 맞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며 "모럴해저드 우려가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으로 정교한 분류를 통해 자영업자 정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호 중심에 머무르고 있는 대책보다 자영업의 경쟁력 자체를 키우려는 정책이 부족한 상황으로 이 부분에 체질 개선도 추진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자영업 정책 기조는 '생계형 자영업자를 보호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보호와 육성의 균형, 개별과 생태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성원·주형연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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