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계가 인공지능(AI)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10곳 중 7곳은 실질적인 활용도가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9일 발표한 'AI 시대가 이끄는 한국 주력 수출 산업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한 무역업체 396곳 중 78.0%는 효율성 향상을 위해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기업 중 16.9%만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능동적으로 업무 수행을 하고 있었다. 나머지 68.7%는 제한적으로 활용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활용에 있어서도 기업들은 주로 마케팅·브랜딩(21.9%, 이하 복수응답), 제품·서비스 기획·개발(19.7%) 등의 아이디어 기반 업무였다. 생산·제조, 재무, 인사 등 핵심 운영 분야에서의 활용률은 모두 10% 미만에 그쳤다.
AI 도입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비용부담(26.1%), 전문인력 부족(25.4%)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우리 수출 주력 산업 분야가 AI로 인해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AI 내재화 여부가 수출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은 AI 특화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바뀌고 있으며, 자동차의 경우 '달리는 플랫폼'으로서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계 산업은 예지보전과 자율제조 등 스마트 설비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으며, 바이오·헬스은 AI 기반 신약 개발과 맞춤형 의료기기 발달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산업 AI에 활용할 수 있는 정제된 데이터·연계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업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의 단계별 지원과 기업의 능동적 대응이 모두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AI 도입 진단→기반 구축→솔루션 탐색→내재화'로 이어지는 AI 내재화 로드맵에 따라 정부는 컨설팅, 데이터 표준화, 솔루션 매칭, 비용 경감 등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은 적극적 참여를 통해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은 무협 수석연구원은 "AI는 수출 산업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중소·중견 기업들이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AI를 효과적으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 '소버린 AI'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국만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