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9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의 6차 공판에 출석하면서 '대선 결과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자신과 아내인 김건희씨를 겨냥한 김건희특검법·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진짜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도 침묵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 기일에 이어 이상현 전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1공수여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마저 진행됐다. 지난 재판에서 이 전 여단장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가서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원을 끌어내라는 게 대통령의 지시라고 들은 게 맞냐"고 캐물었고 이 전 여단장은 "지시 주체가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이 전 여단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은 없고 윤 전 대통령과 곽종근 전 특수사령관이 통화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윤 전 대통령에게 두 번째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는 12일 출석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일 1차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불응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경호처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경찰은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으로 윤 전 대통령을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이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연락해 곽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사령관들의 비화폰 관련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확인한 것이다. 경호처 실무진의 반발로 기록은 삭제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윤석열 전 대통령이 6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