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규제특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명확한 컨트롤타워 구축, 수도권을 포함한 특구 조성, 수요자 중심의 규제특례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일본 국가전략특구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규제 특구 제도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16일 발표했다.
일본 국가전략특구는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목표 아래 2013년에 도입됐다. 국가전략특구는 규제특례를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나 분야를 정해 규제 혁신,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한다. 도쿄권과 간사이권, 후쿠오카시 등 대도시 지역을 포함해 전국에 골고루 지정됐으며 총 78개의 규제 특례, 513건의 사업인정이 이뤄졌다.
국가전략특구는 개별 지역에서 우선 추진하고, 성공모델로 인정받을 경우 전국 어느 지자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만들어졌다. 통상적인 규제개혁이 이해상충 등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지역단위에서 먼저 추진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도쿄도에서는 화재시설, 환경기준 등 여관업법 적용을 완화한 '민박 특구'를 지정해 숙박 시설 부족 문제를 해소했고 창업 촉진을 위한 각종 원스톱 신청 센터를 설치했다. 이후 해당 특례들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국가전략특구의 성공요인으로는 총리 직속 컨트롤타워, 도쿄권 포함, 신규 규제특례 창설 등이 꼽혔다.
우선 국가전략특구는 기존의 특구 제도가 개별 지자체나 부처 수준에서는 해결이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 하에, 중앙정부의 강력한 하향식 추진체계를 확립했다. 총리를 의장으로 한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를 설치했고, 내각부에 특구 담당대신(장관)을 둬 어 경제산업성·문부과학성 등 관계 부처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추진력과 조정력을 확보했다.
일본 정부는 수도권(도쿄권)을 포함한 전국에 국가 전략특구를 지정했다. 이를 통해 도쿄권은 용적률·용도변경 등 토지이용 규제와 공장 신·증설 시 녹지율의 완화가 가능해졌다. 올해 6월 기준, 도쿄권의 총 사업인정 건수는 168건으로 전체 인정 건수 중 32.7%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전략특구 제도는 수요 맞춤형 대응이 어려운 메뉴판식 특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새로운 규제특례를 신설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또 규제샌드박스 제도도 활용해 신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규제 애로에 대응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도 강력한 컨트롤타워, 수도권 포함, 수요맞춤형 규제특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 규제특구의 경우 규제자유특구는 중소벤처기업부, 기회발전 특구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등 개별 부처나 위원회 중심으로 리더십이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대통령 직속기관 등 규제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명확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또 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한 규제자유특구, 기회발전특구 등 주요 특구제도에서 수도권을 배제해 수도권의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서울이 외국기업 유치 등을 위해 아시아 주요 도시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쿄권의 용적률 및 녹지율 규제 완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메뉴판식 규제특례와 함께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일본 국가전략특구와 달리 민간이나 지자체가 요구하는 새로운 규제특례를 마련할 수 있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단순한 메뉴판식 특례나 실증특례 수준을 넘어, 현장 수요에 맞춰 지역 발전에 필요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혁우 교수는 "규제특구는 단단히 고착된 암반규제를 뚫을 수 있는 혁신적 정책 실험장"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비롯해 기술 발전과 산업 현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혁신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