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에 따르면, 이란과 500㎞가 넘는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에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들어오는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날 이란 서북쪽 바자르간 인근 귀블락 국경을 넘어 튀르키예에 도착한 이란의 한 시민은 공습이 잦아들 때까지 당분간 튀르키예에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란 서부 우르미아에서 왔다는 그는 테헤란에서 자녀와 손주 등 나머지 가족들도 넘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나는 안전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2개월 안에 모든 것이 끝나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 등을 노린 이스라엘의 공습 강도가 점점 거세지면서 SNS 등에는 이란을 빠져나가려는 피란민 수백명이 튀르키예 국경에 몰려들었다는 사진과 게시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튀르키예는 이란 시민들에게 관광 등의 목적으로 9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며, 차량이나 도보 등 육로로 국경 간 이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튀르키예 당국은 최근 이란에서 들어오고 있는 정확한 입국자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특이한 움직임이나 혼란, 비정상적인 국경 이동은 없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자국에 이란 난민이 대거 유입되거나 안보가 위협받는 등 전쟁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라고 AP는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튀르키예가 이번 분쟁을 종식하고 중단된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을 재개하는 것에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영상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무력 행동을 규탄하면서 이란의 핵 문제는 협상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에 따르면, 테헤란 도심에서 북부 카스피해 연안의 소도시 찰루스 등을 잇는 도로에는 도시를 벗어나기 위한 차량이 몰려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테헤란 시내로 들어오는 방향의 도로는 텅 빈 모습이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되자, 이란 당국은 테헤란의 공항 등 영공을 사실상 폐쇄 조치했다.
하늘길이 막히자 육로로 피란을 가기 위한 차량이 늘면서 도로와 주유소 등에서는 혼란이 이어졌다.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라크는 모든 공항을 폐쇄했다. 레바논과 요르단의 경우 일부 항공편의 운항은 계속되고 있지만, 항공편 취소와 지연이 늘어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편, 현재까지 발생한 피해 규모는 이스라엘의 경우 24명이 사망하고 6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란 측의 사상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225명이 숨지고 1천400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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