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급거 귀국, NSC 소집
이번 공격에도 핵시설은 건재
이, 트럼프에 벙커버스터 요청
한가닥 외교적 협상 실마리도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란과 이를 막으려는 이스라엘·미국간 사생결단 대립이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다.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및 군지휘자, 핵과학자에 대한 공습이 서막이었다면, 미국이 나머지 핵시설도 무력화하기 위해 벙커버스터(지하관통폭탄)를 동원할 것이란 관측은 군사적이든 외교적이든 이란 핵문제가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먼저 대(對)이란 군사적 압박이 최고 수위에 이르고 있다. 이런 정황은 16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지시하면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모두 즉시 테헤란을 떠나라'는 글을 남겼다. 이란 시민에 위협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중도 귀국이)이스라엘과 이란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말한) 휴전 때문이 아니다. 훨씬 큰 것이 있다(much bigger than that)"며 "앞으로 이틀 안에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 핵문제의 '진정한 종식(real end)'을 원한다며 이란에 핵무기 완전 포기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때마침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를 했다. NYT의 보도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핵전문가들을 인용해 벙커버스터가 트럼프의 지렛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은 나탄즈를 비롯한 핵시설 등은 파괴했지만 이란 내부 산악지대의 포르도우(Fordow) 지하 깊숙한 핵시설은 파괴하지 못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한 이스라엘과 미국은 벙커버스터 카드에 매딜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때처럼 전쟁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급거귀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요구,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군사력이 상당히 파괴돼 저항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이란 핵을 이참에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르도우 핵시설은 지하 200m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는 미국이 갖고 있는 'GBU-57'밖에 없다. 관통폭탄으로서 지하 60m까지 관통해 폭발한다. 이를 연쇄적으로 투하함으로써 지하 200m까지 파괴한다. 미국 B-2 폭격기는 13톤이나 나가는 GBU-57를 2발이나 장착하고 투하할 수 있다.
벙커버스터 투하는 이란 핵문제의 종결자가 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참전은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신념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국제적 비판도 면키 어렵다. 현재까지 이스라엘과 이란은 공습을 주고받으며 양측에서 250여명의 사망자를 냈고, 수천명이 부상당했다. 오히려 더 큰 희생을 줄이려면 벙커버스터 카드를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외교적 카드에 일말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나 JD 밴스 부통령을 이란에 보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란은 제3국을 통해 핵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면 이란 핵문제는 지난 수십 년의 갈등과 희생을 뒤로 하고 늦었지만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 AP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