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무역규모가 60년동안 352배 커지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한 가운데, 앞으로 첨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중심으로 한 양국간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9일 발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한·일 기업협력의 현주소와 발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무역규모는 1965년 2억달러에서 작년 772억달러로 352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양국이 2000년대 이후 IT·중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중간재 교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점에 주목했다. 2000년 이전에는 한국이 일본에서 주로 섬유·화학기계를 수입해 의류를 수출하는 등 수직적 분업 체계가 두드러졌다.
반면 2000년 이후에는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 등 주력 산업 중간재를 중심으로 양국간 교역이 늘어나 수평적 협력관계가 강화된 것이 특징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일 산업내 교역(Grubel-Lloyd) 지수는 1988년 0.25에서 작년 0.42로 상승했으며, 이는 양국이 주력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중간재 교역을 확대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Grubel-Lloyd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양국간 산업 내 무역이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미래 첨단산업에서도 양국 기업이 소재·부품·장비를 중심으로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 설문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47.4%, 일본 기업의 59.2%가 소부장 공급망 협력 지원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일본 현지 기업 대상 심층 인터뷰를 통해 미래 첨단산업 중에서도 모빌리티, 차세대반도체, 바이오, 핵심광물·에너지를 협력 유망 분야로 선정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통합 교통 데이터와 결제 시스템을 결합한 MaaS 기술에 대한 공동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다.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는 설계–제조–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간 연계를 강화하고, 한·일 협력 연구개발(R&D)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바이오 분야에서는 연구·임상·상용화를 잇는 전주기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상호인정협정(MRA)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핵심 광물·에너지 분야에서는 양국 모두 천연자원 부족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만큼 제3국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통한 공급망 안정화를 강조했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한·일 기업 협력은 상품 교역을 넘어 미래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양국이 미래 산업의 동반자로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는 낮추고 기업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한편, 기술·인적 교류 등 다양한 협력 채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