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000선을 앞두고 고점을 넘나드는 가운데,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시장 고점에 대한 경계심리와 하락 베팅이 맞물리며 관련 ETF의 거래량은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하루 동안 4억8000만주가 거래됐으며 'KODEX 인버스'는 5253만주가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각각 7485억원, 1989억원에 달했다.
거래량 기준으로 두 ETF 모두 연중 최다치이며 지난해 계엄 직후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다음날 'KODEX 200선물2X 인버스'의 거래량은 1억8297만주가 거래됐고 'KODEX 인버스'는 2001만주에 불과했다. 이날 두 인버스 ETF의 거래량은 전날 대비 약 2.6배 급증했다.
지난해 '블랙먼데이'(8월 5일) 직후인 6~7일에도 비슷한 거래량 급등이 관측됐는데, 당시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약 4억8000만주, 'KODEX 인버스'는 6200만주가 거래됐다.
대선 이후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두 인버스 ETF의 순매수세가 강해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3494억원, 'KODEX 인버스'를 9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상품 모두에서 순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각각 4억원 순매도, 31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이후 코스피 지수는 6.49% 상승했고, 연초 대비로는 23%나 올랐다. 올해 들어 글로벌 주요 지수인 홍콩 항셍(20.69%)%, 독일 DAX 지수(17.02%)와 비교해도 높은 상승률이다.
코스피가 3000선을 앞두고 강세 흐름을 이어가자 개인들이 차익 실현 가능성에 대비해 인버스 ETF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익률이 2배로 움직이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매수세가 몰린 것은 단기 급락에 대한 베팅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버스 ETF는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구조의 상품인 만큼,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세는 향후 증시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선 가파른 상승세에 주요 증권사들이 코스피 상단 전망을 높였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경계심리가 더해지며 시장에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이슈가 금융시장의 장기 흐름을 바꾸지는 않으나, 시장의 통제가 불가능한 이슈이기에 이슈에 따라 투자심리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당분간은 해당 이슈에 따른 증시 등락을 주시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뒤 안착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주주가치 제고 위한 정책 마련, 연구개발(R&D) 정부 지출 확대 등의 여건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신중하게 시장을 관망하거나 3000선을 웃돌면 현금화할 것을 권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