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금 두 차례 나눠 지급…건보료 등 기준
지역화폐나 신용카드 등 선택…현금 지원 안 돼
정부,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 매입 후 1회성 소각
"재정 효율성, 취약계층에 선택 지원이 효과"
이번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의 핵심 사업으로는 전 국민 최대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과 6000억원 추가되는 지역화폐 발행이 꼽힌다. 또,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하는 등 1조4000억원 규모 빚 탕감도 주된 사업 중 하나다.최근 내수 부진 장기화로 성장 동력이 약화되면서 소비와 매출이 줄어 민생고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정부 진단이다. 재정을 마중물 삼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민생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다만, 대국민 지원금 지급 방식은 '반짝' 효과에 그칠 뿐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전 국민에게 주는 보편적 지원보다 취약계층과 폐업 위기인 자영업자에게 더 주는 선택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추경안을 통해 정부는 소비쿠폰 형식의 민생지원금 사업에 10조 이상 편성했다. 선별 지원이 아닌 보편 지원을 하되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전 국민 5117만명에게 지원하는데 4인 가족 기준 총 100만원이 올해 안에 지급될 예정이다.
우선, 1차로 전 국민에게 15만원씩 민생지원금을 준 뒤 2차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계층에 10만원씩 더 지급한다. 2차 때는 건강보험료 등을 기준으로 지급 대상이 확정된다. 부동산 시세, 자산 소득 등을 따져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90% 국민들은 총 25만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 차상위계층·한부모가정은 총 4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총 50만원을 각각 받게 된다.
여기에 84개 농어촌 인구소멸지역민에게는 1차 지급 때 1인당 2만원이 추가돼 총 52만원이 지급된다.
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이나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중 선택해 받을 수 있다. 다만, 현금 지급은 없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민생지원금은 신속히 소비로 연결돼 매출로 잡히고, 소득으로 가는 그런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인데 현금으로 주면 순환이 되지 않고 잠기는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지원금 집행까지는 지급처 구축 등으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경우 쿠폰 사용 기한을 4개월로 정했는데, 이 사례대로 하면 늦어도 8월 안에는 민생지원금 1·2차 지급이 완료돼야 한다.
정부는 민생지원금 사용 가능한 업종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에서는 전통시장과 동네마트, 음식점, 학원 등에서만 쓸 수 있었다. 복합쇼핑몰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쇼핑 그리고 유흥업종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됐다.
거주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지역화폐 발행도 6000억원 추가 투입된다.
할인율도 최대 15%까지 상향된다. 다만, 재정자립도가 높아 교부세를 지원바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는 7%, 수도권 10%, 비수도권 지역 13%, 인구감소지역 15% 등으로 할인율이 차등 적용된다.
지역화폐의 경우 1차 추경에 4000억, 이번 추경에 추가로 6000억을 반영해 역대 최대인 총 29조원 규모로 지원할 예정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채무를 경감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143만명 대상 1조4000억원 규모의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16조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한 후 심사를 거쳐 1회성 탕감해 줄 방침이다. 대출 상환이 불가능한 취약 소상공인 중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정부가 매입 후 일괄 탕감해주는 방식이다. 총 113만4000명의 장기연체채권 16조4000억원 가량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상 선정 최종 통지와 채권 소각은 금융권 심사 등이 필요해 세부 방안 발표 후 약 1년 뒤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출발기금의 90% 원금을 감면해 주는 대상도 취약계층에서 저소득층 소상공인으로 확대된다. 대상 기간도 2020년 4월~지난해 11월에서 올해 6월까지로 7개월 연장된다. 총 10만명에게 7000억원 지원된다.
또, 성실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채무와 이자를 잘 갚고 있지만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분할 상환과 이자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총 19만명 대상, 3000억원 정책자금이 투입된다.
다만, 채무 경감에 따른 재원과 도덕적 해이는 논란이 예상된다.
과도한 원금감면이 이뤄지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더러,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원금감면율 10~50% 수준 등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고, 빚 탕감 지원을 악용할 수 없도록 지원 대상을 생계형 자영업자 등으로 한정하는 방식으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여당 입장을 반영해 보편 지원 원칙으로 설계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 재정 여력과 지원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소득 수준에 따라 선별 지급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선택적인 지원이 보편적인 지원보다 어려운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를 돕는 데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전 국민 지원금은 선택과 집중이 없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재정 정책으로 낭비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민간이 쓸 수 있는 돈을 끌어와서 정부가 지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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