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을 예고한 가운데, 비정규직과 하청 노조가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노동 규제가 더 강화될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에도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손실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심화될 수 있다며 노동 규제의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조는 이날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앞에서 노란봉투법과 원청 교섭 촉구를 주장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노란봉투법 촉구 등을 위한 순회 투쟁을 시작했다. 전날엔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노란봉투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한화오션 하청 노조는 이날 장교동 한화 사옥 앞에서 100여일간 이어져 온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의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한화오션 하청 노사는 잠정 합의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이날 조인식을 가졌다. 한화오션은 2022년(옛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에 제기한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할 지 검토 중이다.
이러한 노조의 노랑봉투법 주장은 이전부터 이어져왔지만, 최근 들어 그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노동규제 강화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하청 노조를 포함한 노사간 임단협을 놓고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진다.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범위와 쟁의행위 대상을 하청에 재하청까지 거의 모든 협력업체로 확대하고, 사측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노동계는 주 4.5일제 도입과 정년연장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전날 상견례를 가진 현대차 노사의 경우 임금인상안 등과 함께 정년 연장(50→64세)와 주 4.5일제 도입을 모두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기업들은 노동규제가 현 수준보다 더욱 강화될 경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예로 한화오션의 경우 470억원의 손배소 철회할 경우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사진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손배소 자체도 청구하기 어렵게 돼 파업 등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이 회사가 떠안아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주들의 불만이 나올 여지가 있어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해외투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조의 반발이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예로 현대차가 2021년 당시 미국 시장에 74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자 노조는 단체협상(단협)을 근거로 "미래 신산업으로 전개하는 수소전기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사업에서 울산을 필두로 자동차 공장이 있는 전주·아산과 연구소가 있는 남양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도급·파견제 등의 노동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뒤쳐졌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가운데, 작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을 정하는 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해 2013년 판례를 11년 만에 뒤집었다.
4.5일제의 경우도 임금을 유지하면서 근무 시간만 줄이면 생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고, 교대 근무의 경우 이를 조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성 확대, 근로시간, 노동쟁의의 개념 등 노조법의 정의를 바꾸는 셈"이라며 "엄청난 파급효과가 우려되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노동 규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우진기자 jwj17@dt.co.kr
19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사옥 앞에서 한화오션 하청 노조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장우진 기자
19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사옥 앞에서 한화오션 하청 노조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장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