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첫 외교무대를 성공적으로 소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회의로 옮겨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조만간 NATO 참석 여부를 결론지을 예정이다.
1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울 용산 브리핑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NATO 회담에 갈지 말지에 대한 여부도 아직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다"면서 "한미 정상회담 같은 경우도 어떤 방식이 될지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되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을 비롯해 9개국과 정상외교에서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합격점을 받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한미 간 정상외교 복원과 미국 관세 문제 해결이 숙제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중동정세 문제로 인해 G7 정상회의에서 조기귀국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다음 달 8일 상호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도래하기 때문에 그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자동차(25%) 철강(50%) 등에 개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다른 한국산 수입품에도 상호관세(25%)를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주변의 제반 상황은 이 대통령에게 녹록지 않다. 먼저 한미정상회담 개최에 성공한다고 해도 빈손 회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G7 정상회담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만났지만 관세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때 '대미(對美) 협상의 참고서'로 불린 일본이었지만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향후 협상도 녹록치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과 달리 이제 막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한국 입장에선 서둘러 정상회담 일정을 만드는 것 외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면서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기도 했다.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NATO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변수다. 이 경우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더라도 한미 정상회담은 불가능하다.여기에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내주 나토 정상들이 만나면 동맹의 결속 유지가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유럽의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는 만큼 미국 또한 나토 동맹에 전념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G7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EU) 측과 상당수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싶어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에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주장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가 또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대책 회의에서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여러 나라 정상과 만나서 교류하면서 대한민국이 자유 민주주의 진영에 확실하게 서 있다는 명백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9일 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