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의학학술지 '소아질환회보(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일랜드 더블린대학 연구진은 2018~2024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슬러시 음료를 마신 후 1시간 이내에 급성 질환을 일으켜 치료 받은 21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이 된 2~7세 어린이들 중 93%가 슬러시를 마신 후 60분 이내에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 어린이 대부분이 의식을 잃었으며, 혈당 저하와 혈액 내 산성 수치 증가 등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 4명 중 1명은 뇌 스캔 검사가 필요했으며, 1명을 발작을 일으켰다. 다행히 연구에 포함된 어린이들은 회복 후 퇴원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은 '글리세롤 중독 증후군'을 겪었다"며 "현재 글리세롤이 함유된 슬러시 음료가 8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섭취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슬러시의 가장 큰 문제는 감미료로 사용되는 '글리세롤' 성분이다. 글리세롤은 알코올과 설탕을 대체하는 천연 감미료이며, 액체가 완전히 얼지 않도록 해 슬러시 특유의 질감을 유지해준다.
더블린대학교의 엘렌 크루셸 교수는 "아이에게 다량의 글리세롤을 먹이면 아이 신체의 포도당 대사를 방해함으로써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고, 그 결과 저혈당과 의식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리세롤 중독으로 인한 증상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두통, 혼란, 의식 저하, 저혈당, 혈중 칼륨 수치 저하 등이 있다.
크루셸 교수는 "21명의 어린이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전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가 매일 슬러시를 마시고 있고, 구토나 메스꺼움 등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느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문제은 이 음료에 얼마나 많은 글리세롤이 들어가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라며 "그 정보를 알아내기가 무척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달 동안 슬러시에 관련된 사건들이 여러 건 발생했다. 4세 여자아이 알라 아그뉴는 이웃집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슬러시를 마신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아그뉴의 엄마는 "아이들이 음료를 마시고 난 뒤, 얼마 후에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혈당 수치가 매우 위험할 정도로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영국 랭커셔에서도 한 파티에 참석한 4세 여자 아이가 슬러시를 마신 후 불과 10분 만에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미국 잡지 '피플'은 "4세 아이가 독성 슬러시를 마신 후 10분 만에 완전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이란 제목으로 전하기도 했다.
이제 영국 식품표준청(FSA)는 지침을 통해 글리세롤이 함유된 슬러시 아이스 음료가 어린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슬러시 아이스 음료는 글리세롤 중독 위험성 때문에 4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권장되지 않으며, 11세 미만의 어린이도 1잔 이상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부모들에겐 8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슬러시 음료를 제공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최소 8세 이상 어린이에게만 슬러시를 마시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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