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1일(현지시간) 이란 내 핵 시설 3곳을 정밀 타격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공격을 예고하며 사실상 항복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미리 대비해서 결정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P·로이터·AFP 통신 등은 이날 이란 원자력청(AEOI)이 자국의 포르도와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AEOI는 미국의 공격으로 얼마큼의 피해를 입었는지는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공격에도 국가 산업(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AEOI는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국가 산업(핵)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위대한 이란 국민에게 확언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국의 공격은 야만적이고 국제법 위반"이라며 향후 법적 대응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알 수 없으나 핵 시설 파괴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담화에서 "공습은 군사적으로 극적인 성공이었다"며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전적으로 제거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글에서는 "포르도는 끝장났다"고 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공격을 예상해 미리 포르도 내 핵시설을 미리 빼뒀기 때문에 결정적 피해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는 트럼프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포르도는 이란의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곳으로 이곳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파한과 나탄즈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곳으로 이란의 핵 개발 능력에 핵심적인 장소로 꼽힌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메흐디 모하마디 이란 국회의장 보좌관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며칠 동안 포르도 시설에 대한 공격을 예상했다"며 "이에 핵시설을 대피시켰고 공격으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없었다"고 적었다고 전했다.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의원도 이란 파르스 통신에 포르도 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고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주장 중 어떤 게 맞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란 측 주장대로 대피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격이 이뤄진 만큼 복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 당국은 미국의 핵심 핵시설 공격에도 방사능 오염의 징후는 없다고 발표했다. AEOI 산하 원자력안전센터는 이날 "오염 흔적은 기록되지 않았다"라며 "따라서 해당 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위험은 없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미국의 공격 후 걸프 지역에서 방사능 영향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전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란 핵 시설 공습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