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가운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반면 본격적인 제도화에 나선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과 가치가 연동된 가상화폐)이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1BTC당 10만2500달러선을 나타내고 있다. 1주일 전과 비교해 3% 낮아진 가격이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10% 떨어지며 2275달러선까지 내려왔고, 엑스알피(XRP·리플)과 솔라나도 가격이 각각 3.5%, 6.74% 빠졌다.
가상자산의 전반적인 약세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진정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휴전과 확전 등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됐지만, 어느 것도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짙어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점도 가상자산 가격 하력을 부추겼다. 연내 2차례 금리인하 전망은 유지했지만, 견조한 경제상황을 부각시키며 기존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태도가 강화됐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이미 기정사실화 했던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매파적 태도는 가상자산 가격을 끌어내렸다.
지난 17일 10만8000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19일 10만3000달러선까지 후퇴했고, 이후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가격은 이날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10만1000달러까지 빠르게 내렸다.
지난주 기관 투자자 중심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자금이 순유입되며 향후 상승 기대감을 반영했지만, 이날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며 다음 주 가격 변동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10억2340만달러, 이더리움 ETF에는 403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20일 유입 금액이 급격히 떨어지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90% 이상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동반 약세를 보여야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본격화되고 가격 변동성이 없는 스테이블코인 특성상 시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법안 '지니어스 액트'가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시포트 글로벌의 애널리스트 제프 캔트웰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현재 약 2600억달러에서 향후 2조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시장을 벗어나 실생활 결제 수단 역할 강화를 전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약 28%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USDC의 발행사 서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4일 공모가 31달러로 상장한 서클의 주가는 지난 20일 240.28달러로 약 8배 급등했다.
강동현 코빗 연구원은 "다음 주에는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연설과 근원 소비지출물가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계속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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