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만에 3000선을 탈환한 코스피가 지정학 리스크라는 암초에 맞닥뜨렸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고조된 중동 위기에 유가 급등, 긴축 장기화 우려가 겹쳤다. 단기 랠리 이후 시장은 다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보다 4.4% 상승해 3021.84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한 건 2022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시가총액도 247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검토하고 이스라엘이 이란 중수로를 폭격하는 등 중동 위기가 금융시장 불안을 키웠으나, 국내 대내 정책 모멘텀이 꿋꿋하게 지수를 지지했다. 특히 지난 19일 2차 추경 예산안 의결이 발표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고 기관 또한 동시 순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13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차익 실현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승세는 실적 기반이 아닌 투자 심리 개선에서 비롯된 랠리"라며 "급등 업종과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상승세가 가팔랐던 금융, 지주사, 원자력, 건설, 조선, 방산 등 업종에 대한 추격 매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소외주 중 하반기 실적 개선 및 새 정부 정책 전환 과정에서 모멘텀이 유입될 수 있는 반도체, 인터넷, 제약·바이오 등에서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마이크론 실적 발표도 국내 반도체 업종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기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재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마이크론 실적 발표로 이번주 시장은 변동성이 좀 더 확대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미군이 이란을 폭격하면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도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변동성 확대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만일 국제유가가 90달러,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연 5%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 등 주요 중앙은행의 강력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 가위험을 높이게 된다. 주식시장 또한 광범위한 하락세로 전환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달러와 금은 상승하고 위험자산은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와 리서치기관들은 유가 상승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브렌트유 가격이 단기적으로 80~85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상단 돌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JP모간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이는 연준의 긴축 기조를 장기화시키고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유가가 130달러에 도달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6%를 넘어서고, 세계 경제는 급격한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록 역시 유가 상승이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고 중앙은행들이 정책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