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기술정책협력본부장
![[기고] 국가독성과학硏, 새 이름에 담긴 책임](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2302102369058003[1].jpg "[기고] 국가독성과학硏, 새 이름에 담긴 책임")
연구소 이름 변경의 핵심적인 이유는 연구소 이름과 연구 기능의 불일치로 인한 정체성의 혼동 때문이었다. 작년 연말, 대국민 인지도 조사에서 '안전성'이라는 단어로 연구소의 연구 기능을 유추한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연구소가 이름으로 사용해 왔던 '안전성평가'는 법률 용어로 주로 사용된다. 약사법, 화장품법, 식품위생법 등에서 안전성은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에 쓰여진다. 전문가들의 영역에서도 '안전성평가'는 이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국민은 다르다. '안전성'이라는 단어는 '안전'을 연상시키며, 의약품 등이 아닌 건축물, 교통, 재난 등에서 '안전'의 개념으로 다가온다. 결국 안전성평가연구소라는 이름만 가지고서는 어떤 기능을 하는 연구소인지 알기 힘들었고, 연구소는 이름 뒤에 항상 연구 내용을 부연 설명해야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름의 모호함은 연구소의 존재감조차 희미하게 만들었다. 이름은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이다. 불분명한 이름은 쉽게 각인되지 않고, 곧 잊히기 마련이다. 의약품이나 화학물질 안전성을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존재를 아는 국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언론에서 '안전성평가연구소'라는 이름을 접해봤을지도 모른다. 연구소 이름은 결국 대중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인식조차 되기 어려운 법이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존재도 모르는 연구소의 필요성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연구소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 문제에 공감했다. 그렇게 해서 연구소 이름은 바뀌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바꾼 이후에서야 사람들은 이제 이름만으로도 연구소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명칭 중의 '안전성평가'는 '독성과학'으로 변경되었다. '안전성'은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독성'으로 바뀌었고, '평가'는 '과학'으로 바뀌었다. 이는 연구소의 주요 기능이 단순한 '평가'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독성과학 분야에는 과학적 해결이 필요한 많은 연구가 산적해 있다. 대표적으로 실험동물 대체기술 개발연구를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연구실험에 사용되는 실험동물을 축소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실험동물을 대신하려면 인공지능, 인공조직 등의 최첨단 기술들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많은 도전이 시작되고 있는 연구이다.
또한, 현재까지도 독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물질들이 많이 있다. 미세 플라스틱, 과불화 화합물 같은 물질들이 그것이고, 지금까지도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처럼 '독성과학'에서의 연구할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연구가 연구소의 책임이 될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 연구소의 이름이 국민에게 더 많이 알려질 것이고, 그럴수록 국민은 연구소에 더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게 될 것이며, 독성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연구소의 책임도 더 늘어날 것이다.
연구소는 그 책임을 토양으로 삼아 더 발전하고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낱 이름 하나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 안에는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눈높이가 담겨 있다. 이제는 연구소가 이름에 걸맞은 연구와 책임으로 응답할 차례이다. 국민 곁에서 묵묵히 과학으로 답하는 국가독성과학연구소의 새로운 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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