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ATL, 상용화 위한 합작사 설립
자율주행 생태계 새 진입모델 제시
"韓, 안전·신뢰성 확보 위주 접근을"
자율주행 생태계 새 진입모델 제시
"韓, 안전·신뢰성 확보 위주 접근을"
중국 배터리업체인 CATL이 자율주행 시장에 진입하며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했다. 자율주행 시대의 주도권을 배터리 기업이 가져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한국 배터리 업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4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CATL은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자전거 공유 업체 헬로바이크(Hellobike), 금융·테크 대기업 앤트그룹(Ant Group)과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상용화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다. 투자 규모만 30억위안(5700억원)에 달한다.
3사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의 연구개발과 안전한 적용, 상용화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자율주행 레벨 4는 국제자동차공학회(SAE)가 정의한 자율주행 기술 분류 기준에서 자율주행 0~5단계 중 사람의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단계를 의미한다.
레벨 4는 특정 도심, 캠퍼스, 공항 등 지정된 지역에서만 완전자율로 운행하기 때문에 지도 정밀도, 통신 인프라, 법규 등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구현 가능하다. 레벨 5는 현재 기술과 비용 구조로는 상용화가 사실상 불가능해 레벨 4사가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목표다CATL은 섀시와 지능형 주행 모듈의 긴밀한 통합을 지원하는 첨단 배터리 기술과 지능형 스케이트보드 섀시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CATL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단순 배터리 공급자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CATL은 자율주행 시장의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이는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의 배치와도 일치하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운전자 교체 없이 24시간 운영되려면 충전 대기 시간 없이 빠른 배터리 교체인 배터리 스왑이 필수기 때문이다.
로빈 젱 CATL 회장은 지난 23일 제2차 일대일로 컨퍼런스 연설에서도 "배터리 순환성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까지 1000개의 초코 스왑 스테이션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이 지역은 홍콩 특별행정구와 마카오 특별행정구로 확장되고 있으며 홍콩 최초의 초코스왑 스테이션이 공식적으로 건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과 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CATL은 모든 국제 파트너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며 기술력과 자본력 모두에서 '배터리 강국'을 자처했다. 스페인, 헝가리, 태국 등에 이미 거점을 갖췄을 뿐아니라 연구개발에서 매년 4만3000개 이상의 특허와 약 200억위안(3조8006억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CATL의 행보는 완성차 없이도 자율주행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진입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통적인 완성차기업과의 협업 중심 구조와 달리 플랫폼·소프트웨어 기업과의 협업 구조로 로보택시 상용화에 나서며 전통적 자동차 산업 구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는 아직 본업에 더 집중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계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고정밀 BMS(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나 장수명 셀에 투자하며 본업에 더 집중하고 있다. GM 등 자율주행 기술 보유 완성차에 배터리를 공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진입 중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쿠루(KooRoo)를 통해 이륜차 전용 배터리 스왑 사업을 운영하며 서비스형 모빌리티 인프라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빠른 배터리 교체와 실시간 운영 데이터 기반의 관리 시스템은 향후 자율주행 플릿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 분야만 해도 투자 여력이 부족해 정부가 배터리산업육성법까지 마련한 상황이라 신사업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직접 진출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며 "자율주행 시대에 요구되는 배터리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기여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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