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부터 한국은행까지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이후 집값 흐름이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제 개편과 신도시 신설은 없다고 못박은 상황에서 단기 대책 찾기에 나섰지만, 보여주기식 대책은 오히려 시장을 자극할 수 있고, 관망세로 일관할 경우 '무능한 정부'가 될 수 있다는 딜레마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대출 규제부터 규제지역 확대, 주택공급 등을 아우르는 부동산시장 안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 은행권의 다주택자 대상 대출 자제를 주문했고, 국토부 역시 단기 공급 대책 찾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만약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단기 대책과 중·장기대책 투트랙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과열된 수요 억제를 위해선 대출규제 및 규제지역 선정 등이 단행될 확률이 높고,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의 도심 주택 공급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책은 제한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이춘석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수도권 주위에 신도시를 만드는 대책은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다.
세제 개편과 신도시 개발은 과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단골 메뉴였다.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높여 시장에 공급을 늘리거나, 이용하지 않던 땅을 개발해 신규 공급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안이었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있었지만, 정권 초기 단기적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장 시급한 정책은 실질적으로 유통 가능한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거래세와 임대차 규제 완화 등으로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임대 확대 만으로는 시장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사이 시장의 주택공급 대책 요구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03년 이후 22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3억원에서 12억8000만원으로 4.3배 상승했다"며 "무분별한 공급확대 정책을 재검토하고, 왜곡된 주택공급체계부터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되는 세제개편까지 요구했다.
한은도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기대심리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부동산 공급안이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특히 정부의 정책금융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DSR 규제에서 제외되는 정책대출이 240조원에 육박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수도권에선 '공급 확대'와 '수요 조절'이라는 투트랙 카드를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주택 공급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반면 수요는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가변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시장은 투자 상품화 현상이 심해져 유동성과 금리 같은 금융변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집값 불안을 막으려면 통화량 팽창을 경계하며 광의통화(M2) 연평균 증가율이 1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준영·김남석기자 kjykjy@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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