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얻은 휴전 날릴 수 없다"
휴전 선언 후 공격한 이 맹비난
작전 실패 분석에 "휴전 중요"
'핵 제거'와 휴전, 국정동력으로
휴전 선언 후 공격한 이 맹비난
작전 실패 분석에 "휴전 중요"
'핵 제거'와 휴전, 국정동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 유지'라는 새로운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25일 0시(미국 동부시간)를 기점으로 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띄워 보복 공습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불신과 앙금이 남은 상태서 소규모 공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휴전이 살얼음처럼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양측은 전날에도 미사일과 공습을 주고받았다. 이번 휴전이 시차를 두고 발효되는 데 따른 착오 또는 상부의 지시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 전개는 '완전하게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구기는 결과를 낳는다. 자신이 만든 휴전이 깨지게 되는 데에 다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공습을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벼락같이 화를 냈다고 외신은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휴전은 이제 발효됐다. 위반하지 마라!"고 호통쳤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네덜란드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휴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휴전 선언 후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데 대해 욕설을 섞어가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후 다행히 휴전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어느 한편의 작은 공격으로도 파기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지난 12일간 공습을 벌이며 소모한 미사일 등 병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꼬투리를 잡아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이 이번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격으로 과연 이란의 핵개발프로그램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완전하게 파괴됐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24일 미 국방부 소속 국방정보국(DIA) 기밀 보고서가 유출되면서 제기됐다. DNI는 핵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NYT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제시됐다. 하나는 미국 공습 전 핵물질과 원심분리기 등 핵심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겨놨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벙커버스터가 지하 깊숙한 곳까지는 파고들지 못함으로써 가장 은밀한 곳의 핵물질은 온전하다는 것이다.
DIA와 핵전문가들은 이번 핵시설 공습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최소 6개월 정도 후퇴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미국이 사상 초유로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까지 동원하고 이스라엘이 전력을 다해 이란을 공습한 '12일 전쟁'에도 불구하고 목적했던 '이란 핵프로그램 파괴'는 그대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다시 이란 핵을 문제 삼을 것이고 공습전은 재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란 핵시설 완전한 제거'와 '휴전'이란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관심을 쏟고 있을 뿐이다. 내일의 일은 내일 고민하고 오늘은 오늘의 성과를 즐기자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일종의 '정신승리'와 '휴전 수호' 노력은 이란 핵개발 지연과 중동 평화 등을 자신의 중대 성과로 굳히고, 중동 문제에 더 깊이 연루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간 기자회견 발언과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판단해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결단 하에 이뤄진,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과감한 폭격과 그 이후의 중재 외교를 결합해 조성한 현재의 휴전 국면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를 대단한 성취로 부각해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휴전이 깨짐으로써 전쟁이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경우, 자신의 성과를 날리는 것은 물론, 생각하기도 싫은 중동 갈등 장기 개입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공약인 대규모 감세안을 담은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단일 법안'의 처리, 각국과의 관세 협상 등 중대한 경제 관련 현안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층들이 중시하는 현안 해결에 쏟아야 할 힘을 분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중동에 발이 묶일 경우 대외 안보 역량을 대(對)중국 억제에 집중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휴전 성사를 끝으로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가급적 더 연루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중요한 입법과 '관세 전쟁', 중국 견제 등에 주력하려는 생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휴전 선언 후 공습한 이스라엘에 욕설에 가까운 맹비난을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지금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을 수호하는데 매진하는 것이 발등의 불인 셈이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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