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 선임에 술렁
"수의계약 관행 폐지해야" 의지 커
업계, 전력화 지연·출혈경쟁 우려
"수의계약 관행 폐지해야" 의지 커
업계, 전력화 지연·출혈경쟁 우려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안규백(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되자 방산업계에선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는 안 후보자의 최근 행보 때문이다.
안 후보자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을 두고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주장해 온 바 있다. 업계는 경쟁입찰이 KDDX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함정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통상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각각 나눠서 입찰할 경우 절차상 수의계약과 비교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이는 업체 간 출혈경쟁을 조장하면서 동시에 차세대 방산 개발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14년가량 활동한 국방 전문가로, KDDX 사업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년 9월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세미나'를 열어 국산 첨단 항공엔진의 적기 개발을 위한 법과 제도적 뒷받침의 필요성을, 지난달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차기 정부의 국방·외교 과제'를 공동 주최해 지속가능한 K-방산 생태계 조성 등에 관해 집중 논의하는 등 K-방산에 지대한 관심을 표해왔다.
업계에서는 국방장관이 방위사업청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위원장도 겸하는 만큼, 15년이나 소요된 KDDX 사업자 선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후보자가 KDDX를 비롯해 방산 수주가 기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만큼, 기존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잡았던 사업들이 재검토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국정감사와 세미나 등에서 해당 사업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자 결정 방식이 2년 가까이 지연된 현 상황에서 경쟁입찰이 될 가능성도 높으나, 함정 건조에서 기존 수의계약으로 해왔던 관행이 폐지되고 경쟁입찰이 굳어질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DDX뿐 아니라 앞으로의 함정 사업에서 경쟁입찰이 굳어질 경우 전력화 지연, 업체 간 출혈 경쟁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체들은 그간 함정 기본설계에서 손실을 감내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한 뒤 상세설계에서 그 비용을 보전 받았다.
그러나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각각 경쟁입찰로 갈 경우 방산 경쟁력에 직결되는 기본설계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와 투자가 소극적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복수의 방산 전문가는 "경쟁입찰을 하게 되면 기업들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입찰가를 낮추게 될 것"이라며 "국방비를 줄이는 데엔 도움이 되겠지만, 기업에겐 지나친 출혈 경쟁을 유도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본설계의 기술력을 가지고 세분화하고 실체화하는 게 상세설계이며 이 두 과정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상세설계 업체가 바뀌게 될 경우 기본설계의 기술력을 이해하는 시간, 그걸 자사 기술력으로 내재화하는 시간이 배로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재계 관계자는 "KDDX 사업 때문에 경쟁입찰이 당장은 한화오션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화오션도 지나친 경쟁에 휩싸이며 또 다른 형태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KDDX 하나만 보고 수의계약을 부정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 더 넓은 관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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